출산 후 산모의 산욕열은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이가 비일비재해서다. 연구에 몰두한 헝가리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1818~1865)는 불결한 손이 주원인이라는 걸 알아냈다. 환자나 시신 등을 만진 후 염소액에 손을 씻고 산모를 돌본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사이의 산욕열 사망률을 조사하니 전자가 현저히 낮게 나온 것이다. 그 이후로 손 위생이 철저해지면서 산욕열에 의한 죽음은 1%대로 떨어졌다.
보통 손바닥에는 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과 살모넬라균을 비롯해 약 150종류의 세균이 산다고 한다. 그런데 손을 씻지 않으면 세균 수는 1시간에 64개체, 2시간에 4906개체, 3시간에는 26만 개체로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니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호흡기를 통해서보다 손으로 옮겨지는 게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영국 런던의 대학연구팀은 전국 음식점 내 무인주문기의 터치스크린을 조사한 결과로 세인을 놀라게 만들었다. 분변에 있는 전염성 병원균이 조사대상인 모든 터치스크린에서 검출된 거였다. 이는 터치스크린이 각종 전염병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손가락으로 화면 여기저기를 접촉한 후 자신의 코를 만지면 병원균이 인체로 침투하게 된다. 자주 소독한다고 해도 온종일 수많은 사람이 만지는 터치스크린을 완전히 청결하게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요즈음 코로나19 사태 속에 손씻기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대부분 감염경로가 손이니 당연하다.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침이 자신의 얼굴에 튀는 것은 흔치 않다. 오히려 감염자가 오염시켜 놓은 물체 등을 자기 손으로 만지고 그 손으로 다시 코나 입을 만져서 감염되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전문가들이 “손만 잘 씻어도 코로나19를 대부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마스크가 손 위생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손씻기 실천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9월 공중화장실에서의 1039명 관찰조사가 단적인 사례다. 즉, 그들 중 32.5%가 화장실 이용 후 전혀 손을 씻지 않았다는 것이다.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비누로 올바르게 손을 씻은 사람은 2%에 그쳤다. 앞으로 코로나19가 겨울마다 찾아올 수 있고, 자연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 탓에 더 센 전염병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셀프 백신’인 손씻기를 생활화하지 않거나 공중위생을 외면해서는 더 혹독한 시련과 혼란을 겪을지 모른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