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우리의 겨울이야기, 스토브리그 /김요아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1 19:24:5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겨울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가 있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게다가 남편이 주말마다 사회인야구를 한다며 집을 비우는 통에 더더구나 야구를 싫어하는 아내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본방을 사수한, 그리고 옆에서 훈수를 두는 남편과 같이 봐야 더 감칠맛이 난다는 드라마, ‘스토브리그’다.

이 드라마는 프로야구 만년 꼴찌 팀에 새로운 단장이 부임하면서 비합리적 구단 시스템과 선수들 간의 불화 그리고 인맥 중심으로 파벌이 나뉘는 조직문화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탄탄한 서사적 구성을 갖추며 일반 시청자뿐만 아니라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까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현 10개의 프로구단과 비교하며 어느 팀을 모델로 했는지에 대한 다양한 화젯거리를 낳으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연결 지으려는 감정이입을 통해 일종의 팬덤(fandom) 현상까지 몰고 오기도 했다.

흔히 스포츠 드라마라 하면 선수들의 역경을 감동적으로 그리면서 상투적인 러브라인을 구축하는 전개로 인해 식상한 면이 적지 않은데, 이 드라마는 예고 영상에서부터 ‘야구를 소재로 하지만 야구 드라마가 아니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면서 구단 프런트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문제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그들 간의 갈등과 화해를 우리 사회의 모습으로 치환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또한 현 프로야구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구단 매각, 연봉 삭감, 선수들의 약물복용과 원정도박, 입단 스카우트 비리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이런 분위기에 직면한 단장이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으로 구단을 운영하려는 캐릭터는 꽤나 신선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야구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를 활용하는 장면이나 대화 중간 중간에 나오는 야구용어를 설명하는 자막을 보면서, 작가가 대본을 위해 실제 구단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18명의 전문가에게서 조언과 의견을 받았다는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 스토브리그라고 하면 정규 시즌이 끝난 겨울철 각 프로구단이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시기로 일컬어지는데, 원래의 의미는 팬들이 난로(stove) 주위에 모여 선수들의 소식 등을 이야기하면서 흥분하는 모습이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것 같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1982년, 비록 한 독재자의 불온한 의도로부터 출발했지만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한국 프로야구의 출범이 기억난다. 지역 연고제 탓에 으레 롯데를 응원하며 매 경기를 놓치지 않고 챙겨보고, 또 선수 개개인의 신상과 성적을 줄줄이 꿰찼던 적이 있었다. 물론 다른 팀을 응원하는 친구들과는 서로의 팀을 위해 무수한 설전을 벌였고, 그런 과정에서 경기를 보는 재미는 배가 되기도 했다. 이런 그때의 모습이 구단과 선수 간의 지루한 연봉협상과 몰상식한 트레이드로 팬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즘과 다른 스토브리그의 진정한 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야구는 선수가 하고 그 선수를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구단이지만, 관중 없는 경기는 상상할 수 없다. 구단과 선수의 이익에 맞춰진 협상으로 시즌이 일방향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혼재된 목소리와 다층적인 의견도 충분히 녹아드는 그런 스토브리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그렇게 시작되는 정규리그라야 할 때, 매 경기 관중들이 만들어내는 추임새와 그 담론들로 보다 상생하는 건강한 야구 문화가 재생산되지 않을까?

겨울을 겨울답게 보낼 때 봄은 아름답다. 지금 전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서로를 멀리하며, 마스크를 끼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하루빨리 서로가 마음 놓고 손을 맞잡으며 얘기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는 것처럼 선수와 구단, 그리고 팬들 모두 각자의 마스크를 벗고 새봄을 맞을 준비를 했으면 한다.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아마추어 야구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벽화 명소 돌산마을(부산 문현동 판자촌) 재개발에…둥지서 내몰린 원주민
  2. 2김해 도심에 NHN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선다
  3. 3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4. 4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5. 5마린시티 국내 첫 ‘기립식 차수벽’ 가닥
  6. 6전통산업 쇠퇴, 첨단산업 소외…PK ‘러스트 벨트화(공장지대의 몰락)’ 가속
  7. 7카타르 프로젝트 수주, 조선업 부활 마중물 되나
  8. 8부산지검 부장검사,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
  9. 9사생활 침해 논란에…해운대구 ‘CCTV앱’ 운영 중단
  10. 10“보이스피싱 당한 뒤 실종된 아버지 찾습니다”
  1. 1北 김여정, 남북군사합의 파기 언급 “대북전단 조치 안하면 파기 각오해야”
  2. 2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접경지역 국민생명 위험 초래…중단돼야”
  3. 3‘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4. 4지역경제 악화 시 정부 선제적 지원 등 ‘활성화 특별법’ 국회 발의
  5. 5김여정 “대북전단 방치땐 군사합의 파기” 정부 “백해무익 행위…방지책 마련 검토”
  6. 6동구, 부산YMCA 시민회와 북항막개발 간담회 개최外
  7. 7위기산업 선제적 정부지원 규정
  8. 8여당 “하늘 두쪽 나도 5일 개원” 야당 “독재 선전 포고하나”
  9. 9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10. 10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1. 1연금복권 720 제5회
  2. 2주가지수- 2020년 6월 4일
  3. 3금융·증시 동향
  4. 45년 뒤 도심 하늘에 ‘드론 택시’ 띄운다
  5. 5'이재용 사과' 후속조치..삼성계열사 이사회 아래에 노사자문위 설치
  6. 6부산 감천항 서쪽 해역 오염퇴적물 정화사업 본격화
  7. 7LS 구자홍 등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8. 8전국 양돈농가 방역태세 미비
  9. 9현대차 싼타페 11만1609대 시정조치(리콜)
  10. 10우리 나라 교량·터널 연장 5744㎞…10년 만에 60% 늘었다
  1. 1부산지검 현직 부장검사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 2윤산터널내 3중 추돌 사고
  3. 3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살 초등생 끝내 숨져
  4. 4국민 절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9명…수도권에 36명
  6. 6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7. 7주촌면 의료폐기처리시설 사실상 논란 매듭
  8. 8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사과 받은 적 없다…합의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
  9. 9북한 황해북도 송림 동북동쪽서 규모 2.5 지진 발생
  10. 10부산지역 여성단체 “오거돈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 규탄 목소리
  1. 1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2. 2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3. 3‘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4. 4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5. 5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6. 6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7. 7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8. 8메시, 바르셀로나서 1년 더 뛴다
  9. 9세계 1위 고진영, 국내파 독무대 KLPGA 우승컵 들까
  10. 10NBA, 8월 1일 시즌 재개 추진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유지하라 /김치용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칼 끝 무뎌진 공정위 /이석주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2차 재난지원금
민주집중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낙동강수계법 개정안 21대 국회선 반드시 처리하라
생활 속 거리두기 한 달…산발적 집단 감염 안심 못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체인저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