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나’에게로 돌아가다 /안병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1 19:20:5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미래가 한달음에 훅, 달려왔던 그날도 봄이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미래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알파고 얘기다.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바둑. 바둑만큼은 인간이 한 수 위라 생각했던 우리. 오산이었다. 바둑은 361개의 착점에 놓은 돌로 승부를 가르는, 계산과 수리의 영역이었다. 인간이 ‘초울트라파워 계산기계’ 인공지능에게 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예상을 뒤엎은 패배에 비관적 공포가 세상을 뒤덮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 하나. 인공지능은 무소불위의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빅데이터를 연료 삼아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빠른 속도로 수행하는 효율적 도구일 뿐. 요컨대 알파고의 승리는 빅데이터에 빚진 바 크다.

과학연구의 추론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다. 논리적 필연에 따라 주어진 전제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연역법이다. 반면 귀납법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사실을 종합하여 그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보편적 명제를 전제로 결론을 도출하는, ‘위에서 아래로의’ 추론이 연역이라면, 개별 사례 분석을 통해 결론에 이르는, ‘아래에서 위로의’ 추론이 귀납인 거다.

가령 컴퓨터에게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개와 고양이의 기본적인 특징을 컴퓨터에게 설명해주는 방식, 즉 연역이다. ‘개는 이러이러하고, 고양이는 저러저러하다’ 식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치원생 꼬마도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 사실을, 막상 설명하려 들면 쉽지 않다. 최고의 바둑기사조차 자신의 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그 수가 최선의 수라는 직관적 판단만 있을 뿐. 똑같다. 개와 고양이의 차이를, 언어라는 제한된 도구로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아서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온 세상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이건 개, 저건 고양이’식으로 구분하여 명시해주는 거다. 귀납이다. 하지만 전 세계 개와 고양이를 어떻게 다 보여주나? 천하의 인공지능이 ‘개와 고양이의 구분’이라는 단순한 과제 앞에서 오랜 시간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구세주가 나타났다. 빅데이터다. 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데이터 수집, 분석, 처리, 보관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비정형 데이터(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수천만 장 개와 고양이 사진에 구분자를 붙여 컴퓨터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된 거다. 귀납이 얻게 된, 빅데이터라는 날개다. 알파고도 그래서 이겼다. 수많은 대국의 기보(棋譜) 데이터를 통해 개별 수와 승패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결과에서 원인을 찾아가는 귀납의 방식. 결국 인공지능의 승리는 연역(고수의 직관과 경험)에 대한 귀납(빅데이터)의 승리였던 셈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혁명의 세상. 상상도 못 한 기하급수적 변화를 연역에 따른 기존 이론이나 지식이 따라가질 못한다. 결과는 위에서 아래로, 전체에서 개별로, 즉 연역에서 귀납으로 무게중심 이동! 이로써 소수 전문가의 연역적 지식이나 사회 전반의 연역적 규범에 눌려 있던 개인이 힘을 받기 시작한다. 개별존재로서 특별함을 지닌 ‘나’의 부상이다.

‘나’는 남과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나’는 ‘개성’이고, ‘창의’이며, ‘취향’이고, ‘다름의 인정’이다. 사회 변화도 이에 조응한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한다. ‘일사불란’에서 ‘십인백색’으로 변한다. ‘중앙과 중심’에서 ‘변방과 주변’으로 변한다. 일상이 돼버린 소셜미디어나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적 기반도 개별을 기반으로 한, ‘분산’과 ‘연결’이다. ‘독점’과 ‘획일’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에 대한 극복이자 반작용이다.

서둘러 달려온 미래를 살고 있는 요즘, 다시 주목해야 할 대상은 결국 ‘나’다. 세상이 단단하게 구축해놓은 장벽들을 깨고 뒤집고 넘어서는, ‘나’로서의 의미와 색깔을 찾아야 한다. ‘다름’을 빚어내는 능력이 나를 나로 만들어준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나인가?” 인공지능 시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웅숭깊은 질문이다.

열린비즈랩 대표·‘그래서 캐주얼’ 저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7> 진주 옥봉지구 새뜰마을
  2. 2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상영지역 중구까지 확대
  3. 3[사설]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국민적 협조 중대고비다
  4. 4코로나 진단키트·손소독제 수출 폭증…‘K-방역’ 세계 입증
  5. 5[세상읽기] 거짓과 위선, 탈중국화의 일본사례 /이호철
  6. 6“부산 대기업 유치전략 궁금”…“내가 후보라면 대중교통 공약”
  7. 7안산도시공사, 운동장 필기시험 진행
  8. 8기업 1분기 영업익 17%↓암울한 전망
  9. 9“조합이 주민 간 소통·협력 구심점…복지 향상 위해 노력할 것”
  10. 10시공간 속 찰나의 삶…작품으로 주고받는 두 예술가의 대담
  1. 1부산선관위 150만 가구에 선거공보 발송·투표소 912곳 확정
  2. 2총선 유권자 4399만 명…만 18세 54만 명(1.2%)
  3. 3주한 미군, 코로나19 지침 어진 병사 3명 ‘훈련병’ 강등
  4. 4“부산 대기업 유치전략 궁금”…“내가 후보라면 대중교통 공약”
  5. 5부울경 미래한국 32% 범진보 34%…비례정당도 PK 혈전
  6. 6SNS에 지지후보 소개 가능…특정 정당 기재된 모자 착용은 안 돼
  7. 7진주을 무소속 이창희 방송토론 배제에 반발
  8. 8창원성산 범진보 단일화 일단 무산…노동계 “뭉쳐야 산다”
  9. 9울주 검경 출신 후보 ‘하명수사’ 공방…김영문 “재판 봐야” 서범수 “불법 공작”
  10. 10경찰 실수로 전과누락 위법 판단…‘특정인 찍지말자’는 문제 없어
  1. 1코로나 진단키트·손소독제 수출 폭증…‘K-방역’ 세계 입증
  2. 2기업 1분기 영업익 17%↓암울한 전망
  3. 3코로나 진정돼도 저금리 장기화 땐 구조적 불황 우려
  4. 4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 안산 본원 매각…부산 청사 건립비 ‘숨통’
  5. 5기업은행 창업 육성 플랫폼 3개 센터 혁신 창업기업 공모
  6. 6공정위 부산사무소장 피계림, 첫 여성 지방 소장으로 발탁
  7. 77조1000억 2차 추경안, 이르면 금주 국회 제출
  8. 83월 건보료 기준…가족과 따로 사는 1인 청년·노인은 별도 가구로 봐 지원
  9. 91분기 농식품 수출 5.8% 늘어
  10. 10정부, 연안여객선 운항관리비 부담금 일시 유예
  1. 1부산 13일째 지역사회 감염 ‘0명…추가 확진도 나흘째 없어
  2. 2[오늘날씨] 전국 맑고 일교차 커…강원 지역 한파주의보
  3. 3사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2명 발생
  4. 4부산 음주운전 30대 시내버스 들이 받아…가스 유출
  5. 5서울아산병원서 두 번째 확진자 발생…첫 확진자와 같은 병실 환아 보호자
  6. 6의정부성모병원 입원했던 50대, '확진 판정 하루 만에 사망'
  7. 7경남 코로나19 전담병원 마산의료원 간호사 확진…응급실 일시 폐쇄
  8. 8군포시, 자가격리 무시 후 확진 판정 받은 부부 고발
  9. 9온라인 개학 이후 초등 1∼2학년은 스마트기기 없이 EBS·학습자료로 수업
  10. 10코로나가 쏘아올린 기본소득 ⑥ 부산 재난관련 지원금 5가지
  1. 1프리미어리거, 연봉 30% 삭감 반대…“부자 구단만 이득”
  2. 2내년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1997년생도 ‘태극마크’ 단다
  3. 3LPGA 투어 6월 중순까지 중단
  4. 4‘전설’ 코비 브라이언트,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
  5. 5“허약한 수비 보완, kt 색깔 맞는 농구 선보이겠다”
  6. 6테니스 라켓 대신 프라이팬…랭킹 1위의 ‘집콕 챌린지’
  7. 7‘백수’ 류현진·추신수, 일당 1억 이상→582만 원
  8. 8토론토 6월까지 행사 금지…“MLB 7월 개막이 적합”
  9. 9샘슨 4이닝 무실점·마차도 홈런포…외인 에이스 ‘이상무’
  10. 10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을 찾기 위해 /손현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양산 도로 침하 사고의 교훈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맬서스의 저주’
슬기로운 ‘집콕’ 생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국민적 협조 중대고비다
건보료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혼란 최소화 보완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코로나 최전선 지방정부엔 여야가 없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