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안 좋으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 무더위와 한파, 장마 때면 오히려 실적이 좋았다. 또 국정이 불안해도, 큰 선거나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에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요즘 관객 수 급감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극장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소상공인을 비롯해 전 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도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전국의 멀티플렉스들은 6억 원의 비용을 들여 방역을 실시했고, 화장실을 비롯해 다양한 장소에 손소독제를 배치했지만 극장의 특성상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가족 간에도 거리두기를 권장하는 요즘, 관객의 대폭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지난 설 연휴 이후부터 서서히 줄던 관객 수는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전국 22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 3월 첫째 주말의 220만 명에 비해 무려 1/10로 감소했다. 주중 관객 수도 2월 중순부터 하루 5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좌석 판매율이 4% 이하로 떨어지고 있어 손해를 감수하며 상영하는 관이 대다수다. 그래서 관객이 없는 주중 오전이나 늦은 밤 시간대의 상영을 취소해 상영 횟수를 줄이기도 했다.
또한 2~4월 개봉 예정이었던 국내외 영화 50여 편이 개봉 연기를 결정하면서 새 영화를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도 극장의 어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독립영화와 외화가 1주일에 한두 편씩 개봉하고 있지만 많은 상영관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각각 ‘누군가의 인생영화’ ‘힐링무비 상영전’ ‘명작 리플레이’ 등 감동을 줬던 과거 영화들을 묶어 재개봉하는 이벤트를 열며 스크린을 밝히고 있다. 신작이 없는 자리를 고육지책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만난 한 극장 관계자는 “상영에 직접 들어가는 비용뿐만 아니라 극장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손해비용은 더욱 커진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더 계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상황 같았으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을 찾아달라고 대중에게 말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의 한숨이 더 깊게 느껴졌다.
서울문화부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