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도쿄, 이스탄불, 마드리드가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경쟁했다. 올림픽 도쿄 유치를 위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여성 아나운서 타키가와 크리스텔은 “저희는 손님을 맞이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다. 오모테나시!”라고 말했다. ‘오모테나시’는 환대를 뜻하는 일본어. 그녀가 “오. 모. 테. 나. 시”라며 또박또박 끊어 말하는 장면은 경쟁 도시를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힘을 보탰다.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며 ‘후쿠시마’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다.
그렇게 도쿄올림픽 준비가 시작됐다. 그러나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은 오모테나시와 가장 거리가 멀고 안전도 보장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 문제가 여전한 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코로나19란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부흥올림픽’이라고 강조해왔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극복을 선언하고 싶었던 속내가 읽힌다. 이번 올림픽을 위한 총경비가 32조 원에 달하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방사능 위험에도 불구하고 원전 사고 피해지인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축구 야구 소프트볼 경기를 치르고자 하고,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응원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이 그래서 나온 듯하다.
여기다 7~8월 도쿄의 폭염을 더하면 오모테나시를 기대하기 글렀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상태에서 코로나19는 대회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처음엔 연내 개최로 연기론이 불거지더니 1년, 2년 연기론까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SMBC닛코증권은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1.4%포인트 하락하고, 88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방사능 위험을 무시한 올림픽 개최는 일본의 자충수”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는 끝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그제 동일본대지진 발생 9주년 헌화 행사에서 “올림픽을 통해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어제 그리스에서 도쿄올림픽 성화가 채화됐다. 성화가 일본에 도착해 봉송 행사가 거듭될수록 부흥올림픽의 혼돈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