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우승컵은 워싱턴 내셔널스에 돌아갔다. 창단 50년 만의 첫 우승이었지만 처음부터 이를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선수 평균 연령이 31.1세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최고령이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WS에서 맞붙게 되자 ‘올드보이(OB)’와 ‘영보이(YB)’의 대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워싱턴은 원정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끄는 대기록을 세우며 마침내 축포를 터뜨렸다. OB의 관록과 경험이 YB의 힘과 패기를 누른 것이다.
올드보이는 보통 학교 졸업생이나 특정 모임의 연장자 그룹을 일컫는다. 현역이 아니란 뜻도 있다. 선거 때면 늘 그렇듯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올드보이들이 귀환을 노리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부울경 현역 26명 중 14명이 불출마 혹은 컷오프되면서 교체율이 54%나 된다고 자랑했다. 부산은 67%로 더 높다. 그러나 공천 내용을 뜯어보면 이미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단체장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상당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인지 높은 교체율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있다. 현역 시절 존재감이 미미했거나 당이 위기에 처하자 당적을 바꾼 철새 정치인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겼던 단체장 출신을 낙동강 벨트에 다시 내려앉혔다.
정치인의 정치 입문 동기는 대략 네 가지라고 정치인들 스스로 냉소적으로 말한다. 첫 번째는 배운 게 그것밖에 없어서다. 평생 정치권 주변부를 맴돌아 다른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권 출신 등에 많다. 두 번째는 변호사 의사 관료 등 전문가 그룹으로, 추구하는 권력도 얻고 노후 보장을 기대해서다. 어지간한 전문직이라도 고객에게는 ‘을’이기 마련이니 ‘갑’이 되고픈 욕구가 더 강한지 모른다. 세 번째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권력이라는 방패가 없으면 언제 어느 순간에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정치판에 뛰어들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세상을 제 힘으로 바꿔 보고자 하는 순수한 의지인데, 우리 정치판에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다.
법적 연령인 만 65세도 노인이라고 칭하기 힘든 세상에서 나이가 많고 적음이 정치인의 자질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나이가 경륜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듯 젊다고 해서 모두 참신한 것도 아니다. 배지를 달자마자 목에 힘이 들어가고 때를 덕지덕지 묻히는 경우도 많다. 결국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옥석을 가려 제대로 뽑는 건 유권자의 몫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