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유행하던 2015년, 필자는 ‘서로 다른 얼굴의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4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 처음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코로나’ ‘신종 코로나’로 불리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식 이름을 ‘COVID-19’로 명명했다. COVID-19의 ▷CO는 Corona ▷VI는 Virus ▷D는 Disease ▷19는 발병 시기(2019년)를 뜻한다. 우리 정부는 ‘COVID-19(씨오브이아이디-19)’라는 영어식 이름 대신 질병관리본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코로나19’라는 한글 이름을 별도로 사용 중이다.
코로나19는 비말(기침· 재채기 또는 말을 할 때 튀어나오는 작은 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특히 점액 친화력이 다른 코로나에 비해 50배 정도 강해 소량의 바이러스가 점액과 접촉해도 인후두의 호흡기 상피세포에서 초기부터 증식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비교적 감염 초기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빨리 퍼지게 된 이유는 잠복기(보통 14일) 상태인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진 데에는 여러 명의 슈퍼전파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전파자가 별다른 증상이 없는 보균자라면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는 매우 어렵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코로나19는 원래 숙주인 박쥐에 잘 적응하여 거의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유전자를 증식시켜 다른 숙주로 퍼뜨렸을 것이다. 이런 바이러스가 숙주를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꿀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진화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공통 조상을 갖고 있으며 생물학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쉽게 사람에게 옮겨 오게 된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직접 사람에게 옮겨 와 감염증을 일으키기는 어렵다. 이때 바이러스는 박쥐와 사람을 매개할 중간 숙주를 찾으려고 한다. 사스의 가장 유력한 중간 숙주 동물은 사향 고양이다. 메르스는 낙타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종을 만든다.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된 사람이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력을 갖는다. 하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 면역력이 제 역할을 못한다. 바이러스는 이것을 아는지 인간 면역계가 힘을 쓰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 바이러스가 꾸준히 돌연변이를 일으켜 자신의 유전자를 조금씩 변화시키면 인간의 면역력이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의 많은 부분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간의 면역력은 전혀 감당을 못 한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바이러스가 약간 변한 수준의 변종 바이러스가 아니다. 코로나19가 많은 희생자를 낸 이유는 지금까지 인간에게 감염된 적이 없는 완전히 다른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바이러스가 지구상에 존재한다.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할지는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결국 인류는 세계적인 바이러스의 유행 추이를 주시하고 철저한 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 신종 바이러스를 차단할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기에 무엇보다 순발력 있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진화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질병 유행을 은폐한다면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로 전염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의 문제를 국가가 스스로 정확히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인제대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