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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긴 터널의 입구에서 /김부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7 19:26:4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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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전 국민의 일상이 마비된 지 거의 한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17일 31번째 확진자 이후 신천지와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달 초순 일일 신규 확진자 약 85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했다. 지난 15일에는 신규 확진자 수(76명)가 두 자릿수로 줄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 (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는 등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히 무섭고 종잡기 어렵다.

그림=서상균 기자
지금까지 코로나19가 공중보건 영역이었고 치료받는 환자와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에게는 ‘의학적 영역’이었다면, 현시점에서 코로나19는 ‘전 세계 전 영역의’ 대위기로 확장되었다. 실제로 팬데믹을 선언한 다음 날 전 세계 증시는 2011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중국을 제외하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사실상 나라 안팎을 ‘봉쇄’했다. 코로나19 초창기의 중국 못지않게 화급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된다. 지난 10일 99개국 10만5687명이던 환자 수는 일주일 만에 130여개국으로 퍼진 데다 환자도 5만 명 이상이 더 증가했다. 암담하게도 중국, 한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에서도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추세로 본다면 하버드 보건대학원 마크 립시치 교수의 예측처럼 결국은 전 세계 인구의 40~70%가 걸리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빠른 속도로 전개된 지난 한 달간의 코로나19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 우리 국민이 이 사태의 장기적인 여파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더 오래 유지할 각오를 해야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국내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면서 많은 분이 외출과 모임을 다시 시작하고, 마스크도 벗고 있다. 그러나 방심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해외에서는 빠르게 증가 중이고, 국내에서도 소집단 감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병상이나 인력 등 가용 자원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에서 신천지 사태와 같은 일이 한 건이라도 더 생긴다면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 비롯되는 코로나19의 역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최근 신규 확진자의 확진 경로를 보면 대부분 유럽 등의 해외 유입 사례다. 해외여행을 최대한 자제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외에 다녀온 경우라면 2주간은 증상 발생에 유의하면서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제 지나친 공포감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코로나19의 특징뿐 아니라 우리 능력조차 잘 알지 못했다. 대상의 실체를 알지 못할 때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그러나 이제 우리 의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월등히 낮은 사망률로 입증되고 있다.

우리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정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신규 환자 수를 단기간에 감소세로 전환시켜 전 세계의 극찬을 받는다. 앞으로 치료 중인 환자 수를 각 지역의 음압병상 수 이하로 유지한다면, 다른 질환에 대한 의료시스템의 차질 없이 일상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마스크 역시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KF94를 고집할 필요는 없으므로 마스크 부족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언제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경제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고 세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 견뎌내기 힘든 사람이 많아진다. 정부는 이러한 취약자가 누구인지 촘촘한 그물망으로 가려내어 각각의 필요가 무엇인지 계층별로 세밀한 방침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어려움에 강했다. 이미 우리 국민은 많은 영역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다.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각 영역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의료진과 방역당국이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없이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긴 터널을 지나야 할지 모르지만 서로를 신뢰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결국은 저 멀리 터널 끝을 알리는 햇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고신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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