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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나의 최선의 수 /조갑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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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3-17 19:17:3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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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번지점프대에 섰다. 올라갈 때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달리 갑자기 손잡이를 잡고 얼어붙어 버렸다. 아무리 구슬려도 안 된다. 그때 누가 한마디 했다. 바로 뛰어내렸다. “내신(內申)에 반영한다”였다. 성적에 대한 학생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우스갯소리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방법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건가?’. 학창시절 우리 모두의 화두였다.

대체로 공부를 잘하면, ‘머리가 좋다’고 한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뇌신경 전문가들의 답은 뇌에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뇌의 특성에 맞추어서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일단 뇌에 정보가 기억되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뇌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비효율적으로 학습한 탓이라고 한다. 그러니 뇌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우리 뇌의 무게는 체중의 약 2%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는 전체의 25% 정도를 소모한다. 따라서 뇌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입력되는 정보를 모두 기억하면 몇 분 안에 포화가 되기 때문에 생명 유지에 필요한 정보만 기억하려 한다. 물론 그것마저도 에너지 허비를 막기 위하여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잊어버리는데, 여기서 뇌가 정보를 기억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본다.

‘약국이 하나 있다. 그런데 A라는 사람은 어느 날 약국에서 약사와 30분간 상담을 하고, B는 10일에 걸쳐 매일 3분 정도 약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1년 뒤 두 사람이 약국을 방문하였을 때 약사는 어떤 사람을 더 잘 기억할까?’ 아이들과 자주 나누는 이야기다. ‘같은 분량의 학습내용을 주어진 시간에 한 번 공부하는 것보다 세 번 반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더라’는 경험담은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으로 이어진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1885년 ‘기억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학습 후 10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하루 뒤에는 67% 정도, 한 달 뒤에는 80% 이상을 잊어버린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니 이러한 망각에서 기억을 지켜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복습이다. 10분, 1일, 1주일, 1달 후 이렇게 4회에 걸쳐 복습하면 6개월 이상의 장기기억으로 전이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복습에서 그 주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결국 복습은 단기 기억과 관계하는 해마(海馬)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 복습하면 해마는 생존에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어 측두엽(側頭葉)에 저장한다.

결국 기억력 차이는 복습하는 방법에 달렸다. 물론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수업 직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이를 통해 4배가량 공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반에서 1, 2등 하던 내 짝지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도 잘 가질 않고 열심히 복습했다. 그 녀석은 그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한테 ‘수업 직후의 복습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마디 했을 것이고!

배운 내용을 좀 더 쉽게 기억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내용과 관련된 사람이나 사물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외우는 방법으로 지금도 생생한 게 하나 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상반되는 역할을 정확하게 외울 수 있도록 해주신 고교 시절의 우리 생물선생님. “어느 날 학교에 불이 났다. 교감선생님 마음이 어떨까? 놀랐을 테니 심장이 쾅쾅거리면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겠지? 그러면 교감신경은? 심장박동 증대, 동공 확대, 땀분비 촉진, 됐나?”

정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35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37세에 필즈상을 탄 일본의 늦깎이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올해 89세인데, 그는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저서에서 말한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보다 더 좋은 묘수가 있을까!

전 부산영재교육 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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