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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불효한 자식의 상속권을 인정해야 하는가 /이정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8 20:10: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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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해서 20년을 같이 산 노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병이 들어 5년 전부터는 거의 병원에서 지냈다. 병수발은 아내 A 씨 혼자서 도맡다시피 했다. 얼마 되지 않던 재산을 병원비로 다 쓴 탓에 시가 2억 원 상당하는 낡은 집만 남았다. 남편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둘 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재혼한 후에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 아버지가 5년 동안 병원 생활을 할 때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이 죽으면 경제적 능력 없이 홀로 남겨질 아내를 걱정해서 사망하기 전 유일하게 남은 집을 아내에게 증여했다.

그림 서상균
그런데 장례를 치르고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전처의 자녀들은 A 씨를 상대로 유류분을 주장하며, 집의 지분 2/7를 이전하라는 소송을 제기해왔다. A 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재산이라고는 사는 집밖에 없는데, 이 집을 일부 내놓으라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유류분 제도는 무엇인가.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게 되면 장남 등 특정 상속인에게만 재산이 몰릴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다른 상속인들에게 줄 몫을 반드시 남겨두도록 한 제도이다. 현행 민법은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 상속분의 1/2, 부모와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1/3을 유류분으로 인정한다.

위 사건에서 남편 자녀들의 법정 상속분은 모두 2/7이기 때문에 한 자녀의 유류분은 1/7이다. 유류분을 산정할 때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따라서 남편은 생전에 집을 아내에게 증여했지만, 남편의 자식들은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A 씨 사건의 재판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재판 이후의 상황도 예측이 가능하다.

A 씨는 오랫동안 병든 남편을 혼자서 간호했기 때문에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증가에 기여한 자에게 상속분을 더 주는 제도다. A 씨는 기여분을 주장하여 법정 상속분보다는 많은 지분을 인정받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상 인정되는 남편 자녀들의 유류분이 완전히 인정되지 않기는 어렵다.

결국 소송은 남편 자녀들에게 1/7 내지 2/7 지분의 범위에서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으로 판결이 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편 자녀들은 지분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뒤 공유물분할소송을 제기해서 경매분할을 통해 싼 가격에 A 씨의 집을 경매받으려 할 수도 있다.

A 씨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남편 자녀들에게 인정된 유류분보다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합의를 해야 할 것이다. 남편 자녀들의 유류분이 1/7로 인정되면 지분가치는 2900만 원, 2/7로 인정되면 5700만 원 상당이지만, 얼마가 되었든 경제활동능력이 없는 A 씨는 이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결국 집을 팔아서 남편 자녀들에게 일정한 돈을 주고, 나머지 돈으로 새 집을 구해서 살 수밖에 없다. 재판하고, 합의하고, 집을 팔고, 마음의 상처를 받고 하는 사이에 A 씨의 삶은 지옥과 다름없게 된다.

이 사건과 같이 아버지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도 없고, 20년 동안 남남처럼 살면서 어떤 부양의무도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A 씨에게 남긴 재산에 대해 전처 자녀들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최근 법원은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과거 남아 선호 사상, 장자 선호 사상이 강했을 때 배우자나 딸 등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기 위해 유류분 제도를 두었지만, 지금은 자녀가 많지 않아서 상속인들 사이에 차별이 거의 없고, 오히려 불효 불화한 상속인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지 않은 피상속인의 의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찬반에 대한 의견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이 사건에서 남편 자녀들에게 유류분이 인정될 때 홀로 남은 A 씨의 삶이 얼마나 고단해질지가 너무나 명백하기에 과연 유류분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맞는지 매우 의문이 든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변호사 ·법무법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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