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지난해 말 발발할 당시만 해도 그 누구도 이 같은 확산세는 예측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이 지난해 12월 중순에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한 달 뒤 이를 공개하면서 공포가 시작됐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대해 의료전문가들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포감에 휩싸였다. 공포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켜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한다. 공포가 장기화되면서 이제 노이로제(신경증)를 겪는 사람이 많다.
매일 쏟아지는 코로나19 관련 기사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확진자 관련 안내문자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손잡이를 잡는 사람이 드물고, 내릴 때 비치된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마스크 5부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이 많다. 어린이집부터 학교까지 모두 문을 닫으면서 아이와 온종일 집안에 있어야 하는 엄마들은 더욱 예민해졌다. 실제로 지난달 말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국민 위험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5%가 ‘일상이 정지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많은 사람이 ‘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의 감정’으로 불안을 꼽았다. 주변에 확진자가 있는 사람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답답함과 불안감을 느끼고 많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회식, 모임 등 만남이 줄자 우울감을 호소한다.
감염 우려뿐 아니라 혹시라도 확진자가 돼 남에게 피해를 줄까 하는 두려움도 우리를 괴롭힌다. 확진자가 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해자임에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동선 공개에 따른 거짓 뉴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하등 생물로 분류해온 바이러스에 인간이 꼼짝없이 당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데 무력함을 느낀다. 사스, 메르스 등 여러 전염병이 유행했지만 이처럼 확산세가 빠르고 공포감을 주는 바이러스는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시간을 멈추게 하고 경제도 엉망으로 만든다.
최근 취재차 방문한 병원마다 의료진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감염을 우려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감하면서 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단다. 한 병원장은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때보다 경영이 더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물론 의료업계뿐 아니라 관광·항공업계 등 전 경제 분야에서 신음이 나온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는 게 걱정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확산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지만 누구도 단언하지 못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다 보니 재유입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해외로부터의 추가 유입을 막는 데 방역 초점을 맞추고 코로나19를 조기 선별해내는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이슈가 두 달 이상 지속되면서 국민의 심리적 피로도가 어느 때보다 깊어진 상태인 만큼 심리 방역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와 영어 단어 ‘우울감(blue)’을 합성한 ‘코로나 블루’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얼마 전 한 카페 회원의 글을 읽고 울컥한 적이 있다. 마스크를 끼지 않고 회사에서 일하고 직장동료들과 밥을 먹던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워진다는 글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았지만 그동안 잊고 있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리게도 해준다. 우리 일상을 흔드는 코로나19의 확산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다시 맞이할 일상을 위해 희망을 품고 묵묵히 각자 자리를 지키는 일인 것 같다.
의료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