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는 크게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은 더 증폭되고 있다. 우한지역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2월 초 한국 자동차 산업에는 일시적인 생산 중단이 있었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다녀간 인근 지역의 점포들은 수일간 문을 닫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수요절벽을 초래한다. 유럽,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금융시장이 들썩인다.
일반적인 경제위기는 한 부분의 충격이 다른 분야로 이전되는 양태를 띤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진화한다든지 석유가격 폭등이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식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유발하는 경제적 충격은 어느 한 분야에서 시작해 다른 곳으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여러 경제 주체에게 다면적 충격을 주는 점에서 일반적인 경제 위기와 다른 면을 보인다.
쉽게 느낄 수 있는 위기의 징후는 수요절벽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은 감염자 격리, 검역, 봉쇄로 대응함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할 수 있었다. 완화전략으로 돌아선 현시점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된다. 시민은 여행, 항공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내 주변 상권에 대한 접근도 크게 줄이면서 소상공인의 현금흐름이 중단되었다. 소비 위축과 함께 중소기업, 소상공인, 불안정 고용 노동자의 소득은 크게 감소한다.
공급사슬 교란도 지속된다. 중국에서 오던 와이어링이 공급 중단으로 자동차 생산의 일시중단을 경험했다. 중국에 수출된 한국의 중간재는 생산에 투입되지 않고 창고에 머물고 있다. 중국 생산의 회복을 예상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코로나19 창궐 기세가 유럽과 미국으로 넘어가고 일본의 확진자가 늘면서 각국은 인적, 물적 교류를 중단하거나 제한한다. 공장 폐쇄도 잇달아 일어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봉쇄조치가 전격 선언되었고 미국은 유럽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촘촘하게 짜인 글로벌 공급사슬을 끊게 해 세계 총산출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해외 산출이 감소하면 한국 제품의 수입 수요도 줄어든다. 이 상황은 짧게는 수 주, 많게는 몇 개월 지속될 수 있다. 해외수요 급감은 한국 제조업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거시경제 4대 주체 가운데 기업, 가계, 해외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총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정부다. 한국 정부는 OECD 국가 중 정부부채 비율이 매우 낮아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여력이 크다. IMF나 OECD와 같은 기구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한국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권고한 상태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정상률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연구기관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계속 성장률이 하락하면 경제의 기초체력은 더욱 약화된다.
지난 17일 확정된 추경예산은 11.7조 원이다. 소상공인 지원에 1.4조 원이 쓰이고, 빈곤층 수요 보조를 위해 3.7조 원이 지출된다. 그러나 기재부의 추경은 수요절벽으로 인해 현금흐름이 중단된 소상공인과 불안정 고용 노동자의 소득 감소를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도록 하는 지원으로서는 더더욱 부족하며 경영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을 돕는 데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참고로 유럽연합은 GDP 1%의 재정지출과 GDP 10%의 유동성 지원을 발표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정책은 경제가 순환할 수 있도록 가계에는 현금을 지원하고 기업에는 신용보증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에는 생산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버티게 하고 가계는 닫은 지갑을 열도록 자극해야 한다. 시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수록 그들의 소비를 증진시키는 유인을 제공해야 경제가 돌아간다. 정부만이 이런 일을 할 역량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곳간을 지키는 데만 관심을 둔다. 필요할 때 풀지 않는 곳간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것은 시민을 위한 것인가, 관료를 위한 것인가?
경남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