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본사를 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올 초 아시아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Negative Yield) 유로화 커버드본드(Covered Bond)를 발행하면서 우리나라 유로화채권 역사를 다시 썼다. 코로나19가 확산해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시기에 오히려 과감히 도전해 ‘아시아 최초’라는 신화를 쓴 것이다.
커버드본드란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가 발행기관에 대한 상환청구권과 함께 담보자산집합 (Asset Pool)에 대해 우선 변제받을 권리를 가지는 ‘이중 상환 청구권부 채권’이다. 애초 독일 프랑스와 같은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채권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인정받아 이제는 글로벌 선진국의 주택금융 수단으로 안착하게 된 선진 금융기법이다.
공사는 저금리 정책모기지 공급을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 플랫폼 구축을 위해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2010년부터 매년 한 차례 이상 국제금융시장에서 해외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고 있다. 현재 공사 커버드본드는 국제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 및 발행금리 측면에서 한국물을 대표하는 채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저리에 조달된 자금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용 경감에 큰 도움을 준다.
공사가 처음부터 커버드본드 시장을 선도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0년부터 달러화 커버드본드 시장 개척에 주력했던 공사는 투자자 발굴에 한계를 느끼자 2018년부터 커버드본드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안팎으로 존재했지만, 굴하지 않고 전략적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우선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지난한 협상을 통해 추가 위험 및 비용 부담 없이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뛰어넘는 AAA 등급을 받았다. 또 사회적가치 채권투자가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는 유럽 투자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규격에 맞는 소셜채권(Social Bond) 인증을 취득했다. 주택금융공사의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금융 비즈니스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유럽커버드본드협회(ECBC)의 라벨(Label)도 취득해 커버드본드의 공신력을 높였다. 유럽 시장에서 통할 전통적인 커버드본드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유럽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시아 최초 마이너스 금리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이러한 과정이 모두 부산에서 이루어진 점이다. 2014년 문을 연 BIFC를 중심으로 부산의 국제금융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산 금융산업의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사는 이런 한계와 시장의 시선을 통쾌하게 깨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부산에서도 국제금융 업무를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결단력을 보여줬다. 글로벌 기관과 공조하고 복잡한 실무절차를 수행하는 데 ‘부산’이라는 지역성은 더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홍콩 런던 뉴욕 등 국제금융도시에서 열리는 발행 기념식(Signing Ceremony)을 주택금융공사는 2018년부터 3회 연속 부산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공사와 부산은 아직 해결 못 한 과제를 공유한다. 우선 선진 주택금융기법인 커버드본드 시장 규모가 확장되고 BIFC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사의 드라이브와 함께 민간기업 참여가 필수다. 공사가 불모지였던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아직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 커버드본드 위상은 높지 않다. 공사와 민간기업의 공조가 아쉬운 상황이다.
이번 공사의 성공이 청사진이 되어 향후 민간기관의 외화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 커버드본드 국제화는 저리의 자금 조달이라는 이점과 함께 금융위험의 국제 분산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을 품고 있다. 공사와 민간금융기관이 힘을 합쳐 ‘국제금융도시 부산’이라는 원대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와 부산 시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다.
부산대 교수·금융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