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항하여 싸우는 정부와 우리 국민의 태세가 자못 엄중한 가운데서도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외교안보적 사안은 ‘중국인 입국 금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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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대구와 경북에서 신천지에 연원을 둔 대규모 집단감염이 불거지기 전까지 정치권에서 제1 야당과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고 연일 정부를 공격해댔다.
지난달 28일에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과 4당 대표 회의 때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 대통령에게 제1 야당의 황교안 대표는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가 위기 초반에 반드시 실시되어야 했다”며 부실한 대응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심재철 원내대표도 중국을 염두에 두고 “감염원에 입구를 열어두고 방역 대책을 해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공격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외교적 언사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한 것을 꼬집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를 따지고 들었다. 심지어 중국의 대통령이니 탄핵시켜야 된다는 궤변도 등장하였다. 미래통합당은 실제로 4·15총선에서 승리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밝힌 바가 있다.
정부가 누누이 밝힌 바대로 중국인 입국 금지는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 대응 조치가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정부의 제한적 조치는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고, 시간이 갈수록 이 점은 더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실제로 입국한 중국인 가운데 감염자 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국의 상황이 실로 심각하게 된 원인은 대구 신천지 발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한국의 보수 우파 정치인들과 언론은 중국에 대한 감정 또는 정서가 있다. 편의상 그 정서를 ‘냉전적’ 멘털리티라 부르겠다. 철 지난 이념이다. 나는 이 멘텔리티가 작동하여 현실과 전혀 다른 사고를 낳고, 여러 허황된 주장을 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반문(反文) 반중(反中)인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친중(親中)으로 몰아친다.
중국에 가서 외교를 하면 무턱대고 ‘굴욕 외교’ ‘조공 외교’라 비판한다.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다. 베이징의 어느 서민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혼자 하는 연출이 있었다. 이를 두고 ‘혼밥’ 논란이 일었고 홀대를 받았다고 야당과 언론이 엄청난 공격을 해댔던 기억이 난다. 당시 제1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도쿄 한복판에서 굴욕 외교를 했다고 막말 수준으로 공격해대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돌아보면 당시 한중 간에는 ‘사드’ 배치에 따른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졸속으로 경북 성주에 감행해버린 사드 배치 탓으로 중국이 우리에 대해 관광객 제한 조치를 내리고, 우리의 투자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고 있던 때였다. 이런 갈등 관계를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 3원칙(추가 배치는 없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없다)에 합의함으로써 풀어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 합의에 대해서도 군사 주권을 포기했다, 중국에 국가를 갖다 바쳤다는 식의 공격과 비판을 가했다. 그 합의를 통해 진정 우리 군사 주권이 포기되었나? 이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빌미를 잡아 한국을 중국화시킨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번 코로나19사태 때도 동일한 논리로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정부를 공격했다.
2017년 필자가 주일대사로 도쿄에 부임해 갔을 때다. 일본 정부 요로의 인사들과 부임 인사를 나누는데 한결같이 문재인 대통령이 친북 좌파라는 것이고, 연이어 친중파라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 자리에서뿐이고 돌아서서 다음에 보면 똑같은 소리를 반복해대는 것을 겪은 기억이 있다. 하나의 프레임이 만들어져버렸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즉, 이런 인식이 한국 사회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도쿄에 가도 있고, 워싱턴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냉전 멘털리티에 의한 대중국 알레르기는 오래된 한·미·일 이념 공조 체제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서울에서 생산된 것이 일본과 미국에 확산된 경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과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 너무 중국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탓할 바가 못 된다. 한국이 가능한 한 자신들과 하나처럼 엮여서 안보동맹으로, 경제동맹으로 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한국은 동맹인 미국과 우방국인 일본과도 협력적인 태세를 유지해야 하지만,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켜가지 않으면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바대로 중국은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까울 뿐만 아니라 바로 그런 연유로 해서 경제적 유대가 너무나 깊어져 버렸다.
우리나라 총교역액의 2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굴지의 기업들인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롯데, 포스코 등등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놓고 있는 경제 파트너이다. 전략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잘 발전시켜나가야 할 상대인 것이다.
이런 중국과 상대하면서 너무 치우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냉전적 멘털리티로 정서적 대응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허황된 중국경사론에 빠져서 현실성 없는 목소리를 안팎에 뿌리는 행위야말로 국론을 분열시켜 결국 국익에 배치된다.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