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20년을 맞이하기 전 인류를 위협하는 미지의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공상과학 세계를 상상한 사람도 일부 있었다. 실제 올해 들어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바이러스 바람이 폭풍으로 변하면서 그 같은 예감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폭풍은 때가 되면 생명력을 다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세상 사람들은 온 세계에서 창궐한 신종 전염병이 언제 지나갈까,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또 다른 꼬리를 물고 인간세계에 새로운 위험을 안기는 양상이다.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인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폭풍은 코로나19처럼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체내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현상을 말한다. 건강한 사람도 이 폭풍과 맞닥뜨리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병원체가 몸속에 침입할 경우 맹렬하게 공격하는데, 면역력이 좋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허파와 콩팥 등 장기를 손상시킨다고 한다. 앞서 조류 독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다발성 장기부전에 의한 쇼크사 의심 사례들이 보고됐다는 점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의 위력은 대단하다. 젊은 층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인체 내에서 면역작용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다 분비로 정상 세포들의 DNA가 변형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속수무책이다. 신체에 대규모 염증 반응과 다발성 장기손상을 일으켜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될 때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층에서 상태 악화를 보이는 환자들이 나타나자 의료계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 사태에 희생되는 사람들 중 이 폭풍이 또 다른 사인(死因)으로 지목된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최근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20대 환자가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으로 위독한 상태에 놓이는 등 바이러스 공격을 쉽게 물리칠 수 있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또다시 드러났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다. 누구나 가릴 것이 없이 우리 모두 방역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 바이러스 전쟁에서 이기는 길이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