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FOMO)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포모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다. 남들 다하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는 심리다. 처음엔 마케팅 기법으로 사용됐다. 홈쇼핑에선 지금도 ‘매진 임박’ ‘한정 수량’ 등 문구로 소비자를 자극한다. 어느덧 사회병리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나타난 휴지 사재기를 분석하며 회자됐다. 결핍을 참지 못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노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는 포모증후군으로 표현하기엔 너무 심각한 일상의 파괴를 초래했다. 단지 물건 하나 더 팔려는 상술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의 소외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상황으로 사람들을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공영방송사 BBC가 지난주 보도한 50대 간호사의 ‘사재기를 그만둬라’는 동영상이 그 예다.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한다는 이 여성은 “48시간 일한 뒤 생필품을 사려고 가게에 들렀으나 사재기 탓에 텅 빈 매대를 보고 절망감을 느꼈다”며 흐느꼈다. 그녀는 “당신들이 아플 때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 같은 이”라며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하세요”라고 호소했다.
미국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국민에게 “너무 많이 살 필요가 없다”며 생필품 사재기 자제를 당부할 정도다.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고조된 위기감을 진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두고 미국과 앙숙 관계인 이란에서 “이란은 미국보다 가난하지만 우리는 1980년대 이라크와 전쟁을 했을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거나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던 ‘정상국가’인가”라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왔다. 하기야 이란도 코로나19가 번지면서 마스크 사재기 등 불법 거래에 대해선 최고 ‘사형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으니 오십보백보이긴 하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나라 가운데 생필품 사재기가 횡행하지 않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그래도 예외는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초기 마스크 혼란을 빼면 선방하고 있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은 ‘국민의 의연한 자세’와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미국의 ABC는 ‘국민이 위대한 나라’라며 그 이유를 헤아리기 바쁘다.
이번엔 대통령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재기 없는 나라, 이는 국민 덕분”이라며 국민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구만 리다. ‘코로나19 극복!’ 선언을 한 뒤 나눠야 할 덕담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