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아래 위를 오가며 좀체 큰 폭의 하향세를 보이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하다. 대규모 감염은 줄었지만 요양병원 등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로부터 역유입이 심상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최근 급속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발이다. 향후 국내 요인이 줄어든다고 해도 해외 역유입으로 다시 코로나19 초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의 확산세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이다. 자고 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준이다. 이탈리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스페인 독일 프랑스의 증가세도 폭발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이어 확진자 수 2위였던 우리나라는 여덟 번째다. 미국도 세 번째로 올랐다. 유럽 사망자 수는 이미 중국의 배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들 유럽 국가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우리나라 신천지 신도 집단감염 당시의 모습과 비슷하다. 아직 우리나라보다 확진자 수가 적은 여타 유럽국 또한 머잖아 우리를 앞지르는 게 시간 문제인 듯하다.
불과 한 달여 전으로 돌아가보자.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늘어가던 때다. 당시 유럽에선 중국 등 아시아인 혐오가 극성을 부렸다. 중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인이 지나가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다며 대놓고 조롱을 일삼기 일쑤였다. 아시아에서 발병해 그곳에서 어느 정도 유행하다 지나가버릴 전염병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그에 대한 경고일까. 혐오든, 인종차별을 하든 그나마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코로나19는 인종도, 국경도 가리는 법이 없었다.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확산하는 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무엇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을까. 우선 경계가 없는 유럽이라는 특수성이 거론된다. 인구밀도가 높은 데다 하나의 경제권이어서 전염병 창궐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특히 유럽 전체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어디서 비롯됐는지도 모를 정도로 인구 왕래가 잦으니 한 번 불이 붙으면 끄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게다가 유럽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스스럼 없는 스킨십 문화는 여전하고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야 그들의 자유겠지만 아시아인이 마스크에 너무 집착한다며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유럽인 특유의 문화가 있다 해도 더 심각한 것은 굼뜨기만 했던 각국 정부의 대응이었다. 상당수 국가가 이탈리아의 확산세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다 방역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그나마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던 영국조차 사태가 심상치 않은 걸 깨달았다. 한 대학연구팀이 “현재와 같은 대응 방식으로는 이탈리아와 같은 통제 불능 수준의 대유행과 함께 최대 26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다. 총리는 뒤늦게 모든 불필요한 접촉과 여행 자제 등을 당부했지만 그 순간에도 확진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민주 국가에서의 선제적 통제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비록 한 경제권이라고는 해도 유럽 국가 내 사망률 차이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탈리아의 사망률은 10%에 가까운 반면, 독일은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0.4%에 그치고 있다. 이는 방역 체계 등 다른 요인과는 별개로 전염병 창궐 때 공공부문 등 국가 의료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물론 이탈리아의 고령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고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높은 사망률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전염병 확산이 불가피하다면 그나마 사망률을 최대한 낮추는 게 중요하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이라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이토록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본다.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지만, 코로나19가 던진 시사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지의 영역인 신종 바이러스에 자만과 방심은 금물이라는 사실이다. 발생의 선후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나라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유럽 각국과 미국은 이제서야 우리나라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방역 체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 또한 완벽하지 않았고,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모든 경험이 향후 새롭게 닥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 유행에 유용한 지침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는 지구촌이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사태가 끝나더라도 코로나19가 던진 경고에 공동운명체인 지구촌이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