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간으로 올해 설 연휴의 마지막 날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에는 NBA(미국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인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인 지아나가 있었다.
코비의 팬이었던 나를 포함해 농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었다.
지난달 17일, 미국 시카고에서 NBA 올스타전이 열렸다. NBA 사무국은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뜻으로 여느 때 올스타전과는 여러 가지를 달리하였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번호를 단 유니폼을 입지 않고, 한 팀은 지아나가 유소년 농구팀에서 달았던 2번, 다른 한 팀은 코비를 상징하는 24번을 단 유니폼을 입었다. 모든 유니폼에는 헬기사고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자 9개의 별이 그려진 패치를 착용했다. 이런 점 때문인지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던 이전의 올스타전과는 달리 장엄함마저 느껴졌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경기 직후, 한 시즌 우승팀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 같았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분명 단순 이벤트 경기였다. 그런데 선수들이 부상 위험을 안고서라도 치열한 경기를 치른 것은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존중이자 그를 떠나보내는 그들만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혹자는 코비를 마케팅적인 측면으로 강조한 사무국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감동했던 건 코비를 향해 품었던 마음이 비슷해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좋은 어른’이란 표현을 사용하곤한다.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이러한 행동이 타인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칠 만큼 모범이 되는 사람이 좋은 어른일 것이다. 각자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수록 좋은 어른을 찾는다.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손을 잡고 더 나은 길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러한 점에서 코비 브라이언트는 많은 사람이 좋은 어른으로 여겼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많은 선수가 그를 동경하며 프로농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또한, 그의 플레이에 감명받은 사람들은 농구 자체를 좋아하는 팬이 됐다.
좋은 어른과 비교되어 사용하는 말 중에 꼰대가 있다. 프랑스어로 백작을 의미하는 Comte에서 유래한 단어로, 현대사회에서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말로 통용된다. 이전에는 일부 학생의 언어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가정, 직장을 가리지 않고 사회 어디서든 쓰는 일반적인 단어가 되었다.
일부는 꼰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힙합을 듣고, BTS 멤버 이름을 외우는 등 생애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좋은 어른과 꼰대의 경계선은 정말 애매하다. 상대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악의 없이 건넨 말이라고 해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의미가 희석되기도 한다. 즉, 커피를 건네는 능동자의 입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따뜻하고 달콤한 ‘라떼’가 되느냐, 차갑고 날카로운 꼰대가 되느냐는 결국 받아들이는 수동자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에도 스스로 부정의 늪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온전히 걸어간다면 누군가는 꼰대라 부를지라도 많은 사람이 좋은 어른으로 여길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어른이 되려는 강박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강박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건강을 해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좋은 어른으로 불리고자 노력하는 데는 각자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올해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가지 악재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맞고 있다. 경기가 회복 추세에 접어들더라도, 사람들 마음이 회복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중요하다. 각 당과 후보는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겠지만, 그 전에 ‘과연 나는 꼰대가 아닌 좋은 어른인가?’를 스스로 생각해봤으면 한다. 우리는 표를 위해 선동하는 꼰대가 아닌 더 나은 길로 이끌어줄 좋은 어른을 기다린다.
작가·‘답은 나였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