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탐욕을 감춘 진영 정치에 NO를 /차동욱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24 19:44:1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가 미국 유학 시절 품었던 의문 하나는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99년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원 과정에서 같이 공부하던 베이징대 출신 중국 유학생들과 수업시간에 논쟁이 붙었다. 필자가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러시아와 중국을 거론하자, 러시아 유학생은 인정했는데 중국 유학생들은 반발했다. 중국 유학생들은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캐나다를 꼽았다. 그 세미나 수업을 지도하던 교수는 미소만 짓고 있었고, 교실 안의 다수였던 미국 학생들은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고 키득거렸다. 중국 유학생들은 왜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했을까?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감추려고 했을까?

다니엘 벨은 1960년에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선언했다. 여기서 종말을 맞게 될 이데올로기는 마르크스주의를 기초로 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무릎을 꿇었다. 필자가 최근 2, 3년간 방문한 러시아 베트남 중국에서는 짧은 체류기간이기는 했지만, 국가계획경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없었다. 이 세 나라는 외부 영향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주의 체제를 택한, 레닌 호찌민 마오쩌둥이라는 세계적인 사회주의 혁명 지도자를 배출한, 사회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경제는 그렇지만, 사회주의 이념은 아직 도처에 살아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9월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때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히 밝혔으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올해 2월 한 정당의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강연 도중 어떻게 ‘조국 교수가 사회주의자를 자처할 수 있는가’라며 울컥했다고 한다. 조국과 진중권급의 오피니언 리더를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필자도 한마디 거들자면 이렇다. ‘당신들의 사회주의는 책 속에만 있습니다’. 대학생 때 책을 통해 알게 된 사회주의는 노동자 즉 일하는 이가 주인이 되는 사회였다. 현재 사회주의 국가들이 그런 국가인가?

2000년대 후반께 중국에 거주하며 사업하는 영국인 친구의 집에 일주일간 머문 적이 있다. 그의 중국인 사업 파트너의 저녁 초대로 그 중국인의 저택에 방문했다. 군 장성 출신인 그 파트너의 저택과 부지(敷地)는 현재 필자의 직장인 동의대 캠퍼스보다 넓었다. 이런 규모의 저택을 어떻게 지었냐고 영국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군 장성 시절 휘하 병력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화려한 만찬장에서 생전 처음 최고급 쿠바산 시가(cigar)를 피워봤다.

자본주의에서는 부(富)가 권력을 소유하고 사회주의에서는 권력이 부(富)를 소유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자유 경쟁과 효율성, 사회주의체제는 공유와 평등의 가치를 앞세우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부(富)의 카르텔과 사회주의 사회의 권력 카르텔은 그들이 앞세우는 가치를 초월한 위치에서 군림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속이 곧 사회의 존속이라고 피지배자를 세뇌한다. 이 세뇌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고통스럽지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정당들은 이념으로 엮어낸 진영의 울타리를 세운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 진영의 부역자로 몰아붙인다. 자신을 중도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이쪽저쪽의 부역자가 된다. 단테 ‘신곡’의 한 구절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각색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기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예약되어 있다”는 협박에 시달려야 한다.

그런데 이 구절을 다시 보자. ‘도덕적 위기’를 초래한 자들은 이념과 진영 논리를 앞세워 보편적 도덕 원칙을 무너뜨리는 자들이다. 정치적 중도가 도덕적 중립은 아니다. 다가오는 선거는 스스로 정치적 중도라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보편적 도덕 원칙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선거이다.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조율해 낼 수 있는 후보자들을 찾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나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후보가 선뜻 보이지 않는다면, 중요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순서로 제외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탐욕을 감추기 위해 진영을 내세우고 있는 자부터.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래구에 붙은 선거벽보
  2. 2‘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3. 3[서상균 그림창] 바쁘고…기쁘고…나쁜
  4. 4민주당 ‘수영강 벨트’ 집안싸움에 원팀 흔들
  5. 5미국 확진자 20만명 넘어서…13일 만에 20배 급증
  6. 6화상통화로 면접시험 치뤄요
  7. 7김해갑 TV토론…후보별 ‘신공항’ 찬반 난타전
  8. 8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9. 9[도청도설] 슬기로운 ‘집콕’ 생활
  10. 10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8> 앞으로의 20년
  1. 14·13 총선 D-13, 여·야 공식 선거운동 시작
  2. 2코로나19 우려에도 한 표 행사하는 재외국민들…"무섭지만 투표는 꼭 해야"
  3. 3네이버, 오늘(2일)부터 급상승 검색어 중단…댓글 작성 시 실명 인증
  4. 4부산·경남 국회의원인데 … 40%가 강남에 아파트 보유
  5. 5부산 선거 벽보 3639곳 부착 시작…훼손하면 처벌
  6. 6코로나19 사태로 울산 기업경기전망지수(BIS) 세계금융위기 수준 하락
  7. 7재외투표 첫날 …해외 유권자들 소중한 ‘한 표’ 행사
  8. 8선관위, 전국 8만 6000여 곳에 후보자 선거벽보 게시
  9. 9 ‘결혼정보 무료제공, 2천만 원 결혼장려금 지원 등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10. 10문 대통령 "후반기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 더 열심히 해달라"
  1. 1‘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2. 2한국은행, 양적완화 돌입…RP 5조2500억 첫 매입
  3. 3삼성전자 해외공장 25% ‘셧다운’…항공사 대량실직 현실화
  4. 4종부세 납부 대상자 긴급재난지원금 못 받을 듯
  5. 55대 은행 원화 대출 지난달 20조 원 증가
  6. 6주가지수- 2020년 4월 2일
  7. 7석 달간 물가 1%대 상승…코로나19로 식재료 가격↑
  8. 8금융·증시 동향
  9. 9부산항 입항 요청 크루즈 2척 중 1척 조건부 허용
  10. 10
  1. 1부산시, 인도네시아서 온 119번째 확진자 동선 공개
  2. 2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향후 방향,주말 이전 밝힐것” (종합)
  3. 3경남 김해, 영국서 귀국한 20대 코로나19 신규 확진
  4. 4마스크 공급량 안정권 들어서나…사라져가는 '마스크 줄'
  5. 5창원시, 코로나19 실직 청년 희망지원금 신청 접수
  6. 6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4000명대 유지…전문가 "확산세 정점 도달"
  7. 7부산경찰, 아동성착취물 및 불법촬영물 텔레그램 판매자 검거
  8. 8부산 지역사회 감염 10일째 '0'…자가격리자는 1247명
  9. 9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9976명…89명 늘어
  10. 10거제시, 정부 지원 제외된 소득상위 30% 에 최고 50만 원 지원
  1. 1코로나19 여파로 윔블던 취소…2차대전 이후 처음
  2. 2방구석 1열서, 함성 대신 댓글…랜선 스포츠 시대
  3. 3추신수, 마이너리거에 1000불씩 ‘특급 선행’
  4. 4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5. 5‘병역 특례’ 손흥민 해병대서 기초군사훈련
  6. 6
  7. 7
  8. 8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을 찾기 위해 /손현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양산 도로 침하 사고의 교훈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슬기로운 ‘집콕’ 생활
재외국민 투표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쇼크 골목상권 신속 지원으로 고사 막아야
느슨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긴장 끈 놓기엔 이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코로나 최전선 지방정부엔 여야가 없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