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등의 성범죄 실상이 속속 알려지면서 국민적 충격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여성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마구 촬영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판매 유포하는 따위의 인권유린 행위가 너무나 끔찍해서다. 더욱이 n번방을 비롯해 성 착취 영상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여성단체들에 의해 파악된 것만 60여 개이고, 이들 공유방의 이용자 수가 26만여 명에 이른다. 한마디로 말문이 막힌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 대화방’ 수사를 진행해 관련자 124명을 검거하고 18명을 구속한 상태다. 이들 중 일명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25)은 어제 얼굴·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사안의 심각성을 볼 때 당연한 조치다. 그에게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와 여성만 해도 74명에 달한다. 게다가 n번방 운영자로 이번 사태의 시초 격인 닉네임 ‘갓갓’은 아직도 붙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관련 피해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 국내에서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청소년의 노골적인 성행위가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사이트들이 적발돼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초등학생 성폭행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수철이 범행 직전 아동 음란물을 봤다는 점에서 더 충격을 줬다. 그 때문에 국내 최초로 아동 음란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되기는커녕 독버섯처럼 확산돼 온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같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서다. 이는 그간 정부와 국회의 미온적 대응 탓이 크다. 어제 법무부가 이를 반성하며 가담자 전원 처벌과 범죄수익 철저 환수, 범정부 TF 구성 등을 천명했다. 여야 정당도 뒤늦게 입법 보완에 나섰다. 그에 더해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필요할 터다. 하지만 정부와 관계당국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실천 없이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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