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결국 내년에 열리게 됐다. 4년 주기의 올림픽이 연기된 건 1896년 근대 올림픽 태동 이래 초유의 일이다. 124년의 올림픽 역사상 전쟁으로 대회가 다섯 번 취소된 적은 있어도, 전염병으로 제때 열리지 못하는 것은 최초다. 다섯 번의 취소 중에서도 일본이 두 번이다. 1940년 동·하계 올림픽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올림픽 개최권을 내놓고 말았다. 자업자득이었던 셈이다.
올림픽과는 다르지만, 스포츠 대회가 거의 나라 전체적으로 연기된 적은 있었다. 1979년 10·26사태(박정희 대통령 시해) 때가 그랬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국가원수 서거에 따른 조의 표명을 이유로, 진행 중이거나 개최 예정이던 경기를 모두 무기한 연기시켰다. 이 때문에 국내 스포츠는 한동안 올스톱 상태에 놓였다. 영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장면이 일어났다.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교통사고 사망이란 비보가 알려지면서다. 이에 영국 체육계는 애도의 표시로, 당일 예정됐던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전 경기를 연기시켰다. 그 외 다른 종목의 대부분 경기에 대해서도 연기 혹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와 선수 안전 등을 감안하면 도쿄올림픽 연기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간 IOC와 일본 정부는 원래 일정대로의 개최를 고수해오다 각국 선수 및 국가올림픽위원회의 거센 반발을 받고서야 입장을 바꾼 꼴이 됐다. 올림픽 1년 연기로 인한 난제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내년에 예정된 세계육상선수권과 세계수영선수권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그리고 각 종목 대회와의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 게다가 내년 올림픽은 ‘2021년 여름까지 연다’는 데드라인만 정해졌을뿐 개막 시점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니 ‘거대한 퍼즐 맞추기’라는 표현이 나올 만하다.
‘꿈의 무대’를 준비해 온 선수들도 혼란스럽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종목이 전체 43%에 이르고, 티켓을 이미 따낸 종목 선수들도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니 신경이 곤두선다. 유일하게 출전 선수 나이 제한선이 있고, 병역 혜택도 걸린 남자축구는 더욱 예민한 문제다. 반면, 부상 등으로 올림픽 출전이 힘들었던 선수들은 뜻밖의 기회를 맞았으니 ‘새옹지마’나 마찬가지다. 사상 초유의 연기 사태인 만큼 그 파장은 불가피할 터다. 그렇더라도 혼란과 충격, 선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