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적인 사고에 물든 것일까. 코로나19 사태에도 우리 국민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국뽕’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위기를 헤쳐가는 민족의 슬기를 다시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국난 극복이 취미활동인 민족’이라는 말을 듣고 어깨가 으쓱했던 건 조건반사나 마찬가지다. 가깝게는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으로 세계 금값을 떨어뜨린 게 우리 국민이고, 멀게는 조선 시대 말기 ‘국채보상운동’이 그랬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사재기가 없고, 모범적인 감염병 방역의 모델국가로 세계는 칭찬한다. “한국인에게는 국난 극복의 DNA가 있다”는 공익광고도 이런 민족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국내 주식시장이 재미있다. 폭락 장세인데도 주식시장이 뜨거운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열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이 주식들을 개인 투자자들이 매입하며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신조어다.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모습이 마치 반외세 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실제로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은 내다 판 주식보다 10조 원어치 이상 많았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개인 누적 순매수액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하니 참 대단하다. 그것도 처음에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집중됐다가 이제는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화학 한국전력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11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1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는 과거 대형위기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의 손에 놀아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그래서 개미의 이번 운동이 반드시 승리하기를 기대한다. 민족의 슬기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변동성이 너무 크다. 감성만으로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호재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주식 시세를 막연히 바닥으로 볼 일도 아니다. 세계 각국의 경기지표 또한 부진하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의 매수 행진을 마냥 좋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전문가의 전망이 엇갈린다. 경험이 많지 않은 20·30대 젊은 세대의 입문도 급증한다고 한다.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