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인류가 가지 않은 길 /김희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1 19:36:5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를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제70주년 국군의날 경축 연설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란 표현을 구사했다.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과 문 대통령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담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는 다르겠지만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이런 표현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 아마도 ‘인류가 가지 않은 길’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전해진 뉴스는 모두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다.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덮쳐 우한은 봉쇄됐다. 1000만 인구 중 절반이 탈출한 우한은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우한의 고립된 밤, 누군가 아파트 창문을 열어 “힘내자”고 외쳤고 그 말은 다른 주민의 입을 거쳐 메아리가 됐다. 심지어 여러 주민은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뉴스와 SNS를 통해 우한의 모습을 접한 전 세계는 “영화에서 보던 모습이 현실이 됐다”고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는 우한에서 멈추지 않았다.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지금 상황은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류는 영화와 같은 상황을 현실로 겪고 있다. 코로나19에 의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 ‘가지 않은 길’은 이해하기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만 둘러보면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고립돼 있다.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란 이름으로 직장은 문을 닫고, 전 세계는 빗장을 걸고 교류를 중단했다. 인류가 구축했던 세계 시스템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붕괴된 것이다.

더구나 경제 주체인 사람이 경제 활동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 세계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각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앞다퉈 풀고 있다.

물론 전염병은 어느 시대든 있었다.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부터 메르스까지 인류는 전염병과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인류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다르게 다가온다. 전염성이 유독 강한 이 바이러스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인류의 특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병을 퍼뜨렸다. 특히 인류가 구축한 첨단 문명으로 마을 간, 도시 간, 국가 간 물리적 장벽이 사라진 상황을 이용해 전 세계를 동시에 습격했다. 그리고 인류를 가지 않은 길로 끌고 갔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도 힘겹지만 더 두려운 것은 그 이후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간 뒤 인류는 가늠하기 어려운 혼란을 맞을 수 있다. 개학이 연기된 학사 일정을 조정하고 문을 닫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살려내야 한다. 사실상 인류가 구축한 시스템 대부분이 멈췄다가 다시 가동되는 셈인데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매뉴얼도 없고 옆에서 도와줄 안내자도 없다.

이런 때 누군가는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상황 말이다. 바이러스를 극복하기에도 힘이 모자란 데 편한 소리 한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앞서가면서 뒤에 따라올 누군가를 위해 발자국을 남기고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좋은 예가 있다. 바이러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 진단키트를 미리 준비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한때 많은 나라가 한국인의 입국을 막았지만 이제는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상황만 보면 인류가 가지 않은 길의 맨 앞에 우리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매뉴얼을 만들고 발자국을 남기고 이정표를 세우면 어떨까. 여기서 ‘우리’는 ‘정부’가 아니라 ‘시민’을 지칭하는 것이니 오해 말기를 바란다. 선거철이라 조심스럽다.

혹시 궁금해할 독자가 있을까 해서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일부를 소개한다.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었다/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 택하였고/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디지털뉴스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5. 5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6. 6[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7. 7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8. 8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9. 9“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10. 10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5. 5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6. 6"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7. 7[속보]與 "'무책임한 의혹제기' 주진우, 사이버 레커로 전향하라" 직격
  8. 8北 ‘지뢰 폭발은 韓 자작극’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이사국들 회람
  9. 9이 대통령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비정상의 정상화"
  10. 10정동영 "김정은 방중, 긍정적으로 볼 여지 있어"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3. 3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4. 4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5. 5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6. 6“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7. 7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8. 8[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9. 9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오늘 재심의…승인 땐 내년 재가동
  10. 10국내 위성기술로 인니 해양환경 관리역량 키운다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3. 3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4. 4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5. 5“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6. 6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7. 7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8. 8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9. 9철새도래지 길냥이 급식소 분쟁, 항소심도 “추가 설치 불허 적법”(종합)
  10. 10시민단체 ‘국제신문 지키기’ 연대 나섰다…부울경 넘어 수도권 언론도 조명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4. 4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5. 5[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6. 6[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7. 7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8. 8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9. 9‘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10. 10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프랑스를 망친 결정
AI가 찾은 보안 구멍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동행명령장 발부된 지광 스님 회생에 동의하라
이주노동자 안전 사각지대, 제도 개선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