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이 열릴 줄만 알았던 2020년, 우리 사회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 앞에 멈춰 있다. 아이들은 벌써 한 달이 넘게 학교라는 공간을 잃었다. 상가와 공장은 문을 닫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은 멀어져야만 했고, 마스크 없는 온전한 맨 얼굴을 보기도 힘들어졌다.
답답한 일상을 원래로 돌리고자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지칠 만큼 지친 시민의 피로도는 상당하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연로한 부모가 있는 가정의 구성원들은 집과 직장만 오가면서 생필품 구입 등을 위한 외출 외에는 대인 접촉을 하지 않는다. 올해 꽃놀이도 언감생심이다. 10시간이 넘게, 귀가 아프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하는 시민 누구라도 다음 날 집을 나설 때면 어김 없이 마스크를 찾는다. 아이들로 인해 층간소음을 우려한 윗집의 사과에 오히려 아랫집은 육아의 수고를 걱정하면서 흔쾌히 웃음으로 화답한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인내의 시간을 시민에게 똑같이 부여했다. 하지만 이런 시민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탈을 일삼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등의 행태는 가관이다. 여기에 일부 시민의 ‘안드로메다’ 행동도 공분을 불러온다. 식당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면서 먹는 음식이, 커피숍에 도란도란 모여 담소를 나누며 마시는 음료가, 주일 예배가 이 시국에 그렇게나 중요한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이 같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한바탕 대화를 나눈 뒤 실외로 나오면서 마스크를 쓰는 모습은 방역을 한다며 바닥에 소독약을 뿌리는 일 만큼이나 실소를 자아낸다.
봄꽃놀이 장소 인근의 상인들조차 올해 방문객을 마다하고 있지만 꽃을 찾아 나서는, 그것도 굳이 단체로 가고야마는 ‘심보’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나들이를 나온 시민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온천천 주변을 볼 때면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여기에 ‘왜 나한테만 그러냐’는 유체이탈식 반응을 듣자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느덧 4월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계절의 흐름도 놓쳐버린 요즘, 염치 있는 시민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리의 일상을 온전히 되찾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람은,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새 학기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염치 있는 시민 생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길 바란다.
사회1부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