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 재앙으로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두려움과 공포감보다 외면당하는 국격과 작금에 보이는 4·15총선에 임하는 여야 정당의 모습과 상호 비난 및 갈등 그리고 얼마 전까지 이어졌던 공천 파동, 그에 따른 정치인의 행동으로 인한 국민의 정치 불신과 국론 분열에 더 두려움을 느낀다.
얼마 전 이번 공천에서 떨어진 한 후보가 억울하고 분하다며 하소연하면서 필자에게 “선배님은 30여 년 전 그때 억울하지 않으셨느냐. 이제야 선배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는 내용의 전화를 걸어왔다. 후배의 전화를 끊고 눈을 감으니 잊고 지냈던, 1988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 단일화를 이루기까지 격정의 정치 인생이 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해 13대 총선 당시 41세 현역 국회의원이던 나는 부산 동구민의 여론조사에서 1위였다. 그런데 부산 남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그 당시 무명의 인권 변호사 노무현 후보를 당에서는 동구에 공천해 발표했고, 나는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라도 입후보하여 내 뜻을 펼치고자 하는 소신을 가졌다.
그 당시 정치 이슈는 야당 단일화와 군정 종식, 문민정부 탄생이었는데 부산 동구에서 노무현과 내(개명 전 한석봉)가 함께 입후보하면 여당 후보 허삼수 씨의 당선이 확실했다. 나는 고민 끝에 지지자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조건 없이 노무현 후보에게 입후보를 양보하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노무현 후보는 그 선거에서 당선됐고, 나는 동구지구당 위원장직도 내주었다.
그 후 노무현 의원은 대통령이 됐고, 나는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내며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그때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 나의 정치적 소신은 국민과 나라의 공익을 위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도 그것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과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에 30여 년 전 과감히 양보할 수 있었다.
아직 나는 정치인이라면 이것만은 꼭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민과 한 약속을 더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정치를 하다 보면 국운과 상황에 따라 많은 것이 급격하게 변할 수는 있다. 그에 따라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고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어찌 국민과 나라를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 있으리오! 이것만은 자신의 양심을 걸고 지켜야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서는 나를 낮추고 공천자를 적극 돕는 길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며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우리 국민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라. 자기 목숨을 담보로 의료진과 소방관 등이 대구와 경북 등에서 자원봉사하고, 장애인이 정성껏 모은 마스크를 기부하고, 초등학생이 돼지저금통을 털어 마스크를 사서 기부하며, 80대 할머니가 마스크를 몰래 경찰서 앞에 놓고 도망치듯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행복감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은 자신의 위치에서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인가.
며칠 전 공천 파동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낀 후배에게 정치 선배로서 한 말씀 드린다면 이런 뜻을 전하고 싶다.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정치인이 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대의 뜻이 정치가 목적이 아니고, 공익을 위하는 길이라면, 승복하고 공천받은 경쟁자를 적극 도우며 때를 기다려라. 때는 국민과 한 약속과 국민의 신뢰를 지키면서 많이 베푸는 만큼 온다고 감히 조언해 본다.
또한 역경을 이겨내는 자랑스러운 국민이 있듯이, 자랑스러운 정치인이 존재하리라 나는 믿는다. 국민의 마음을 진심으로 읽고 노력한다면 유권자들은 4·15총선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12대 국회의원·한얼공동체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