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돈의 한가운데 있다. 미국 뉴욕 콜롬비아대에 연구연수를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할 때 나는 동료 선후배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이젠 반대로 동료들이 내 안부를 묻는다.
콜롬비아대 연구실에 출근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었다. 한 달째 ‘집콕(stay-at-home)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코로나 19 대응 과정에 대해 칭찬 일색이다.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이란과 이탈리아·일본으로 퍼질 무렵 한국은 국경을 봉쇄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과학적 분석과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안심시켰다.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하루 2만여 건의 진단검사도 단행했다.
당시 나와 함께 일하는 연구진은 중국의 우한 봉쇄 조치에 대해 “이게 가능한가? 그래도 되나?” 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중국출신 연구원들은 “중국이니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우리나라는 현재(2월 중순) 국제공항은 물론 다중 이용장소를 철저히 소독하고 감염자나 접촉자의 동선을 다양한 IT기술로 철저하게 관리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결과적으로 투명한 정보공개와 철저한 검역이 ‘신의 한 수’가 된 듯하다.
맨해튼 한가운데에 위치한 콜롬비아대는 최고의 아이비리그 대학인 까닭에 유학생이 많다. 올해 1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도 엄청난 중국 관광객·유학생이 뉴욕으로 밀려 들었다. 미국 정부는 당시 ‘우린 바이러스와 상관없어’라는 듯한 방관자적 태도를 보였다. 중국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은 둘째 치고 마스크를 포함한 개인 보호장비를 확보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세계 1위이자 지구촌 확진자의 25%를 차지할 만큼 급증했다. 뉴욕은 환자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의료시설·의료진·보호장비 부족 또한 심각하다. 세계 초강대국이,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방심한 탓에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이제서야 트럼프 대통령과 질병관리센터(CDC)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료방역체계 뿐 아니라 국가·경제·종교·언론까지 사회 전반에 큰 변곡점이 될 것 같다. 교육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온라인교육 시스템의 확산이다. 거의 모든 국가가 ‘어쩔 수 없이’ 일시적으로 비대면 원격강의를 진행 중이다. 콜롬비아대 역시 봄방학 시작 1주일 전인 지난달 15일 ‘모든 대면수업을 중지하고 온라인수업을 한다’고 결정했다. 놀랍게도 3일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바로 줌(Zoom)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다. 콜롬비아대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 2000여 개의 온라인강좌 개설’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마치 이런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 별다른 혼란 없이 일사천리로 비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중간·기말고사와 성적 평가에 대한 혼란이 발생하자 곧바로 ‘이번 학기 모든 성적 평가는 pass/fail로 한다’는 공문을 학과에 내려보냈다.
이젠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 역시 점차 원격 강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온라인 교육체계에서는 당연히 우수한 콘텐츠와 안정적인 통신망·행정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뛰어난 IT 통신망 보유국이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도 성공하였다. 반면 교육 콘텐츠 준비나 행정지원에선 아직 완벽하지 않다. 특히 대학 교육 콘텐츠는 다양하고 엄청난 수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 상당히 뒤져 있다. 지금도 콜롬비아대나 하버드·MIT처럼 최고 대학의 다양한 교육 동영상을 내려 받을 수 있어 잘못하다간 우리의 온라인 교육이 미국에 종속될까 두렵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 뉴욕은 혼란그 자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말대로, 바이러스는 모든 국가·인종에게 평등자(equalizer) 이다. 최악의 경우, 코로나19를 퇴치하지 못하면, 인류는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지구를 떠날 준비도 해야 할지 모른다. 반대로 과학의 힘으로 바이러스를 예상보다 빨리 정복할 수도 있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철저한 준비와 빠른 판단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교훈을 새삼 상기할 것이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