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사람, 김용희 /황경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6 19:16:0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봄꽃이 지천이다. 꽃은 ‘거리두기’ 따위는 모르는지 담벼락에, 거리에, 화분에, 산에, 들에, 보도블록 틈새에 지천으로 널렸다. 코로나19 때문에 주눅이 든 나는 봄꽃이 아까워 마음이 바쁘다. 그나마 코로나와 상관없이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세상에 ‘화관(코로나)’을 못 두르는 것은 인간종뿐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괜히 억울한 마음도 든다.

바이러스는 시민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마스크 착용’은 예절을 뛰어넘어 습관이 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안전을 담보하는 준칙이 됐다. 가족이지만 실상 학원으로, 직장으로 떠돌며 얼굴 볼 일이 드물었던 식구들이 상봉했으며, 날마다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기적’이 일어났다. 공기는 맑아졌고, 물이 깨끗해졌다는 보고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유난히 손이 하얘진 사람(백수)이 늘어났다. 불과 두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여기저기서 고립감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 사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일정은 어김없이 진행됐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어 서열만 살짝 바꾼 신종 변이 비례 위성 정당이 거대 정당 주변에서 더불어, 앞다퉈 탄생했다. 이상하고 요상할 뿐만 아니라 경우의 수와 백분율을 동원해도 이해가 될동말동한 개정된 선거법 아래서 이중, 삼중으로 난립한 정당 때문에 유권자는 이중, 삼중의 판단을 요구받고, 이중구속을 당하고 만 상태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옛말일 뿐, ‘민주주의’는 어렵고 복잡하고 난삽하게 이중 삼중으로 자란다는 게 증명됐다. 아울러 선거에서만큼은 ‘정치적 거리두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캠페인이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미시와 거시, 가시와 비가시의 경계와 거리가 무너진 채 꽃과 코로나와 선거가 함께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2020년 4월을 사는 누구에게나 닥친 이 사태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선지자처럼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행하고 있으며, 허경영과 달리 실제 공중부양 중이다. 어떤 비말도 그에게 닿지 않고, 어떤 꽃도, ‘민주주의의 꽃’마저도 그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25m의 철탑 위에서 302일째 살고 있는, 초지일관 무노조(무균)경영의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다.

다만 그의 ‘거리두기’가 코로나가 촉발시킨 ‘사회적 거리두기’와 다른 점은, 밀집·밀착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 때문이 아니라, 고립과 배제의 ‘사회적 격차(거리)’에 대한 고발이 목적이라는 거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일반적이고 상식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노동조합을 불법적이고 반헌법적으로 용납하지 않는 ‘삼성이라는 별’과의 아득한 거리 때문에 25m 허공에 둥지를 튼 것이다. (별 세 개의 삼성과 변종 위성정당의 수가 겹쳐 보이는 건 나만의 착시일까.) 지상 25m 높이에서 302일째 살고 있는 그의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거리(격차, 배제, 고립)를 두지 말라는 주장(선언)인 셈이다.

김용희 씨는 이미 묻고 있었다. 꽃이 피기 전에,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이전에 그는 묻고 있었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누구냐고, 자본가와 노동자에게 이렇게 차별적으로 거리를 두고 적용되는 게 민주주의냐고, 만약 그 거리가 민주주의라면 그 민주주의 사회에서 거리를 두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며칠 전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제 끝나냐고, 답답해 죽겠다고. 불과 두 달인데도 그렇다. 김용희 씨는 25m 허공에서 저 홀로 열 달이다. 대한민국에는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사람들이 있다. 고립된 사람들, 잊힌 사람들, 호명되지 않는 사람들, 지워진 사람들이 있다. 눈에 보이질 않아서 안전/불안전의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사람이 지금 죽음 직전에 있다.

만약 김용희 씨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죽음’을 허공에 전시한 채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헤세이티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5. 5‘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6. 6“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9. 9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10. 10방호복·지뢰덧신 살펴보는 국회 국방위원들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9. 9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7. 7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8. 8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9. 9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10. 10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3. 3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설계 어선
부캉이가 띄운 북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법과 원칙 외면한 시유재산 관리, 책임 물어야 한다
금고 선정, 금리 경쟁 넘어 지역자금 선순환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