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성적표를 받아드는 게 이런 기분일까. 매일 오전 10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아마도 국민 대다수가 비슷한 심정일 터이다. 이젠 제법 시간이 흘러 만성이 될 법도 한데 습관적으로 매일 이를 확인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확진자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하기는 했어도, 하루 100명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치에 조바심을 가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듯하다. 그나마 국내 확진자가 줄어 안심인가 했더니 해외 유입이 심상찮다. 여기에다 언제 어디서 또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국내 확진자 수가 지난 주에 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74일 만이다. 두 달 하고도 보름, 그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일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쯤 끝날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다. 사실 1만 명이란 숫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어차피 코로나19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는다면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수치일 뿐이다. 다만 이처럼 상징적이긴 해도,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6일 현재 우리나라 확진자 수는 1만284명으로 전 세계에서 열일곱 번째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이던 불과 한 달여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우선 미국과 유럽의 폭증세가 주요인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확진자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한 것도 한몫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각국의 확진자 수가 1000명에서 1만 명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그 기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중국으로 7일이었으며 미국과 터키, 스페인이 각각 8일이었다. 이 밖에도 대부분 1만 명에 이르는 데 10~15일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37일로 기간이 가장 길었다. 비록 1만 명을 넘긴 했지만 초기의 급속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최대한 지연시킨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될 만하다.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검사, 드라이브 스루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 전 국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등을 뒤늦게 여러 나라가 받아들이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당분간 미뤄두자. 해외 입국자 감염이 증가세인 데다 산발적 집단 감염은 여전하다. 각급 학교의 본격 개학은 아직도 미뤄졌고, 대규모 감염 폭탄 가능성은 도처에 널려 있다. 국내발 감염을 최대한 막는다 해도 해외 환자 폭증세는 이번 사태가 결코 단시일 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수를 하루 평균 50명 내외까지 줄이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이 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설혹 이 수준까지 줄인다고 해도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어찌 보면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건 오는 19일 이후부터일 것이다. 학교의 본격 개학을 무한정 더 미룰 수 없는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감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미 ‘중대 고비’를 몇 번씩 넘긴 마당이다. 그러는 사이 경제는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속에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 등 전문가들은 지난 달부터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최고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5~6월이고, 7~8월은 돼야 어느 정도 코로나19의 컨트롤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 근거다. 이 역시 국내 감염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란 의미이지 폭발적해외 감염을 감안하면 그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 또한 이를 모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연장하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우선 오는 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이 기간 장기화 국면 전환을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국내 확진자가 나온 이후 두 달여 기간 우리의 고통은 컸지만 축적된 경험 또한 적지 않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는 나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제는 이런 소중한 경험을 보다 구체화해 장기전 속 ‘생활 방역’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촘촘한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 해도 역시 관건은 국민의 협조다. 일부 삐걱거림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처럼만 해준다면 넘지 못할 벽도 아니다. 또 한 번의 모범 사례를 남길지, 이전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