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 곳곳 봄꽃 명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일상 경험의 결핍으로 지친 마음이 만개한 꽃을 바라보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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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방울 명창이 소리하는 모습. |
문득 일제강점기를 생각해 본다. 식민 통치와 억압이 점점 심해지던 1930년대, 일제는 조선에 대한 민족말살정책을 본격화하여 언어뿐 아니라 민족적인 문화 활동을 전면 금지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려 했다. 조선의 전통문화 전승을 장려할 리 없던 일제에 맞서 활동한 예술가의 삶은 코로나19로 모든 예술 활동이 중단된 이 상황만큼이나 얼마나 답답했을까.
일상의 단절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초중고는 추가 개학 연기로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있고, 대학도 봄학기에 전면 비대면 강의를 시행하는 학교가 는다. 문화예술계는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관객에게 대안으로 무관객 온라인 생중계로 공연 실황을 모바일과 컴퓨터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시도가 예술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세계 음악계 역시 베를린필하모닉을 비롯한 유명 관현악단과 극장이 공연 영상을 무료로 개방하며 온라인으로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달라진 시대적 환경으로 전통음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봇물처럼 밀려드는 외래문화와 서구식 극장 문화 그리고 라디오와 유성기 음반의 대중화로 전통 공연예술은 점차 상업화되었다. 이런 상업화 추세는 대중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변화·발전을 겪는데 특히 판소리는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여성스럽고 애절한 소리를 지닌 여성 명창의 활약이 늘게 되었다. 또한 창작 개념의 도입으로 작곡가에 의해 창작된 ‘신민요’와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뿌리에 해당하는 ‘유행가’와 같은 새로운 장르가 생긴다.
이 시기 남성 예술인으로서 유성기 음반 100만 장이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스타 명창과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임방울 명창과 ‘쑥대머리’다. 옥에 갇힌 춘향이 헝클어진 머리와 초라한 모습으로 이 도령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쑥대머리’는 당시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핍박으로 지쳐가던 우리 민족의 해방을 갈망하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큰 사랑을 받았고, 이런 슬픈 계면조 선율의 판소리가 유행하게 된다.
계면조 슬픈 가락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금까지 남아 ‘국악을 들으면 슬픈 느낌이 든다’ ‘우리 민족 정서에는 한(恨)이 녹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악에는 풍물놀이처럼 흥겹고 활기찬 음악도 있다. 흥(興)과 신명 또한 우리 민족의 문화적 DNA이다.
다시 찾아올 희망을 생각하며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오늘이다. 우리 민족 정서는 흥이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