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어느 외로운 외야수를 생각해요 /김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8 19:47:50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거울 앞에 서서 어느 외로운 외야수를 생각해요/ 느리게 느리게 허밍을 하며··· 오후 네 시,// 바람은 꼭 텅 빈 짐승처럼 울고/ 살짝 배가 고파요.”(황병승 ‘이파리의 저녁 식사’ 중)

지금은 작고하고 없는 한 시인의 시 구절이다. 뽑아놓고 보니 외야수라는 자리가 참 외로워 보인다. 저 넓은 야구장에서 가장 외롭게 서 있는 듯한 사람. 우익수든 좌익수든 중견수든 새삼 포지션을 나눌 필요 없이 저 넓은 외야를 혼자 책임질 것처럼 고독하게 서 있는 사람. 그렇다고 등골이 휠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는 아니다. 어쩌다 한 번씩 날아오는 공을 실수 없이 처리하기만 해도 최소한의 합격점은 받는다. 거기에 더해서 외야를 꿰뚫는 타구를 전력 질주하여 걷어낼 수 있는 주력과, 홈으로 질주하는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강한 어깨를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타격 능력은 팀에서 최소 중간 이상은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비교적 한가로워 보이는 수비 보직을 상쇄하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니. 한가로워 보인다는 말은 한편으로 수비에서 돋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이 자주 안 가는 자리라는 말도 된다. 어떤 이는 말한다. 외야수에게 공이 자주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실점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일이라고.

그러고 보면 외야로 날아가는 공은 모두 잠재적인 폭탄이다. 안타성 타구뿐만 아니라 평범한 플라이 볼도 모두 작은 실수 하나만 겹쳐도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야수가 실수하면 한 베이스를 내주지만 외야수가 실수하면 한 점을 내준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띄엄띄엄 공이 오지만 올 때마다 폭탄처럼 다루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서 서 있는 사람. 그가 외야수라면 한가로워 보인다는 말은 당연히 취소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인정되는 한 가지.

외야에서 보면 내야는 늘 바쁜 곳이다. 바쁜 이들이 모여서 복닥대고 있는 것 같다.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 대화도 자주 나누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외야수는 거의 외로운 섬이다. 외로운 섬 셋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 서로 대화하려고 해도 너무 멀어서 잘 들리지 않는다. 기껏해야 수신호 정도가 오갈 수 있는 유일한 정보인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자주 안 하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보다 더 충실하게 실천하는 보직이 또 있을까 싶다.

어찌나 거리두기를 열심히 했는지 세상의 중심에서도 가장 먼 곳에 있는 일원으로 외야수는 경기에 참여한다. 야구장이라는 세상의 중심에는 마운드가 있고 그 위에는 언제나 투수가 있다. 그러니까 투수로부터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변방의 동료가 되어 그는 경기에 나선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변방으로 나가서 서 있다가 들어온다. 어떨 때는 공 한 번 잡지 못하고 들어와서 여느 선수들처럼 땀을 식히는데, 똑같이 쉬고 있는 와중에도 카메라에 포착되는 기회는 외야수보다 투수가 훨씬 더 많다.

외야수는 덕아웃에서도 중심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앉아서도 외롭게 외야를 본다. 저기 내 자리에 누가 또 외롭게 서 있구나.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텅 빈 짐승처럼 부는 바람을 본다. 바람이 거세니 오늘은 더 조심히, 날아오는 폭탄을 다루어야 한다. 폭탄이 정말로 폭탄으로 터지기 전에 내가 더 빨리, 더 멀리, 더 미친 듯이 움직여야 한다.

외롭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바빠지면 바빠지는 대로 저 넓은 외야를 외롭게 뛰어다니는 사람. 평소에는 우두커니 서서 느리게, 느리게 허밍하듯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 저 사람이 외야수라면 나는 어떤 자리에 서서 그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거울 밖에 서서 그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거울 안에 서서 외롭게, 외롭게 밤하늘을 보듯이 저 먼 곳을 들여다보고 있는 누군가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다 보니 살짝 배가 고프다. 경기가 끝날 때가 되었다.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6. 6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9. 9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5. 5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6. 6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9. 9[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10. 10[뭐라노] 조희대 “국회·대통령, 대법원장 제청 간섭 위헌”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7. 7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전국 건설 현장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은 추락으로 봉변
  10. 10'한국형 녹색대전환'에 1000조 투자…SMR·전력반도체 등 집중 육성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4. 4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5. 5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6. 6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7. 7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8. 8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9. 9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0. 1060대 부부 피살 용의자, 자전거·피해자 차량 갈아타고 ‘용의주도’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8. 8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행료 면제 명암
논란의 AG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삼권분립 훼손하는 정파적 국감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드골 대통령과 군복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