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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내 삶 지배하는 4662개의 ‘법률 그물’ /하태영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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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4-08 19:48:3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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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제20대 국회는 사실상 끝난다. 탄핵 국회, 개혁 입법 국회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선거 4개월을 앞두고 ‘4+1’ 협의체는 공수처법·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을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이제 우리는 국회가 우리 삶을 바꾼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림 서상균
인간은 동물이다. 사회는 너무 많은 재물을 움켜쥐려고 다투는 곳이다. 날마다 독수리들이 토끼들을 공격한다. 독수리들이 험악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뭇가지마다 도사리고 있다. 돈이 되는 먹잇감을 찾는다.

우리 사회를 보자. 변태성욕자들은 어린 학생들을 성폭행·성추행하고 동영상으로 인격 살인을 한다. 아이들은 공포에 질려 있다. 전국 곳곳에서 독수리가 토끼를 잡듯이 범죄 표적을 물색하고 있다.

이러한 세상을 문명사회로 개선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약육강식 사회, 갑질 사회, 고용착취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꿔야 하는 사람들이다. 고되게 노력하여 살아온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사상 초유로 전염병 확산의 와중에 치러진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연기 없이 실시되는 것이다. 무사히 마치면 한국 사람은 정말 위대한 국민이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 고장, 내 나라, 이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이해관계를 먼저 챙기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선택의 문제를 끊임없이 외면하면서 혼자 유유자적 정글 사회를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죽은 개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가,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가, 고여 있는 물에 떠오르는 것을 보겠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삶이 불행하지 않으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

우리는 24시간 법률 속에 산다. 집을 나서 돌아올 때까지 온통 법률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법률 그물이 내 삶을 지배한다. 교통·계약·세금을 생각하면 된다. 집을 나서면, 당장 도로교통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률·세법·부동산법·의료법·감염법이 다가온다. 물건을 사고, 취업하고, 주식에 관여하면, 민법·노동법·상법 적용을 받는다. n번방·박사방 사건은 형법·정보통신이용법·성폭력범죄처벌특별법·아동·청소년 성보호법률 적용을 받는다. 우리나라 법령 수는 4662개다(지난해 12월 기준). 이 모든 범죄성립요건과 형벌을 국회의원이 만든다. 그것도 4년 동안 만든다. 여러분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는가. 법률이 없으면, 처벌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보라. 법률이 있어도, 처벌범위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 보라. 누가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 주겠는가.

최근 정당들은 유권자 표심을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입법을 한다. 사회갈등을 법률로 변화시키고 법안을 다수결로 밀어붙인다. 우리가 선거를 잘못하면, 우리는 4년 동안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한다. 그만큼 국회의원 힘은 막강하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하다.

국회의원에게 많은 특혜가 있다. 200개가 넘는다. 연봉이 약 1억3000만 원이다. 유류비도 국비로 지급한다. 항공기 1등석, KTX 특실, 선박 1등실이 모두 무료다. 국고지원으로 연 2회 해외 시찰도 보장된다. 많은 사람을 만나 더 나은 입법 활동을 하라는 지원으로 본다. 그러니 우리는 제대로 된 사람들을 뽑아 여의도로 보내야 한다. 모두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가. 국회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상관없이 전 국민을 대표한다. 따라서 1인 2표를 정말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이번 주말에 선거홍보물을 꼼꼼히 읽고 정당도 선택해 두자. 생활과 법률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내가 한 표를 준 후보와 정당이 내 삶과 내 자식 그리고 내 부모님 삶을 4년 동안 통째로 바꾸기 때문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선거권을 얻은 청년들은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라. 여러분 미래가 투표용지 두 장에 달려 있다. 선거에서 표심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국회의원들은 여러분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

민심이 돌리는 방아는 천천히 밀을 빻지만, 그 가루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곱다. 이것이 민의(民意)다. 선거란 투표다. 헌법 제41조를 누리자.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함께 배고픔을 겪어 줄 ‘바로 그 사람’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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