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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천문학적 현금살포, 세계경제의 우환(憂患) /정선섭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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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4-08 19:44:2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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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흑사병 이후 최대 전파력을 지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구촌은 혼돈에 빠졌다. 세계 각국은 2차 세계전쟁 때도 전례가 없었던 ‘국경폐쇄’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을 가로지르던 화물선도, 하늘을 가득 채웠던 여객기도 사라졌다. 그야말로 지구 자체가 셧다운된 상태다.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실물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문명의 바벨탑 위에서 자만에 빠졌던 인류가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에 혼비백산하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인간은 백신을 개발하든 자가 면역이든 조만간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다. 경제도 원상회복할 것이고, 세상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무차별적으로 퍼붓고 있는 돈이다. 미국은 2조2000억 달러의 천문학적 돈을 풀기로 했다.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자국민에게 수천 달러를 지급하는 세칭 ‘헬리콥터 머니’라는 말까지 생겼다.

미국 연준(Fed)의 조폐기계는 24시간 풀가동해 불이 날 지경이다. 중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도 막대한 현금을 살포 중이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G20 국가가 푸는 돈이 어림잡아 5조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연간 예산의 20%가 넘는 100조원을 풀기로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전대미문의 돈을 시장에 푸는 것에 열을 올라는 것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개인과 기업을 지원해야 소비가 유지되고 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의 생산시설이 멈춰 줄도산 가능성이 높고, 일자리 감소로 개인 가용소득에 타격을 주면서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긴다. 경제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현재로선 돈을 뿌릴 수밖에 없다. 기업 이익과 소득이 유지되어야 경제 전체의 순환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풀린 돈이 경제시스템 유지에 선순환으로 작용할 것이냐 하는 점과 나중에 어떻게 회수하느냐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금 살포는 경제시스템의 작동에 선순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으로선 흑자 도산을 막을 수 있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개인은 소득 증가로 잠재적 소비 의욕이 높아진다. 생산과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순환 고리가 활발하게 돌아가면 경기침체의 둑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코로나19 종식 이후다. 돈이 천문학적으로 풀렸으니 이를 다시 회수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발행하는 돈은 금본위 태환화폐가 아니라 정부나 발권기관이 찍어내는 불환화폐다. 다시 말하면 유사시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살포한 돈을 제때 정상적으로 회수하지 않으면 넘쳐나는 돈 때문에 자산가치는 폭락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그야말로 인플레이션 폭탄을 맞는다는 말이다.

만약 실물경제가 장기간 되살아나지 않으면 그야말로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화폐가치의 폭락과 경제시스템 붕괴는 전쟁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돈을 풀기는 쉽지만 회수하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기업과 개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간 돈을 되돌려 받는 방법은 금리를 천정부지로 올리는 수밖에 달리 수단이 없다. 여기에 마구잡이로 사들인 채권을 시장에 되팔아야 하는데 수익성 악화로 파산기업이 속출하면 최악이다. 이미 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내린 상황이니 이젠 오를 일만 남았다. 연준의 금리인하를 극찬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넘치는 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애걸복걸해야 할지 모른다. 문제는 금리가 폭등하면 공짜 돈에 열광했던 국민은 세금폭탄을 맞을 것이란 데 있다.

월스트리트와 세계 증권시장은 하늘에서 쏟아진 돈다발의 샴페인이 ‘독약의 성배’였음을 절감해야 한다. 이래저래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병한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의 최대 우환(憂患)거리다.

재벌닷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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