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송은 선거운동의 백미다. 후보자의 이미지와 주장을 압축, 반복적으로 전달해 백마디 유세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가수 이정현 씨가 1999년 발표한 1집 타이틀곡 ‘바꿔’는 이듬해 16대 총선을 휩쓸었고 이후 선거판마다 도전자의 단골 채택곡이었다. 트로트 가수 박상철 씨의 ‘무조건’이나 경연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의 테마 ‘픽미(Pick me)’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은 귀를 아무리 세우고 들으려해도 들을 수가 없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고 격리된 유권자도 많은데 노래나 꽝꽝 틀어댈 눈치 없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 개그맨 유재석이 유산슬이란 이름으로 부른 ‘사랑의 재개발’이 간간이 들리는 정도다. 대규모 군중 유세는 말할 것도 없다. 엄혹한 군사정권도 못 해낸 ‘조용한 선거’를 코로나가 해냈다는 ‘웃픈’ 말도 나온다.
없어진 건 노래뿐이 아니다. 후보자와 유권자 간 스킨십도 사라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주먹 부딪치는 인사도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이니 악수나 포옹은 꿈도 못 꾼다. “유권자와 악수할 때 악력의 정도로 지지 여부를 안다”는 선거 고수들의 경험담은 먼 나라 얘기가 되었다. 후보자의 또다른 스킨십 통로로 활용되던 동창회나 향우회같은 모임은 코로나 여파로 완전히 사라졌다. 선거 때면 동문회 등에서 연출되곤 하던 경쟁 후보자 간 어색한 조우도 그 덕에 볼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감 때문인지, 거대 담론에 묻혀서인지, 후보자 간 송곳 인물 검증도 접하기 어려워졌다. 부울경은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이 물갈이됐기 때문에 상당수가 새로운 얼굴이고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데도 그렇다. 박빙 승부를 펼치는 일부 지역에서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나 개인사에 대한 공방이 불거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거구는 조용하다.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TV토론회는 형식이 틀에 박혀 유권자들이 인물 됨됨이나 비전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후보자나 정당의 개별 공약도 거의 부각되지 않고 있다.
과열 혼탁으로 후유증을 양산하거나 근거 없는 흑색선전의 장으로 선거가 변질되어서는 물론 안 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남녀노소 참여해 즐기는 축제처럼 모든 이슈와 갈등을 용광로처럼 녹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 의미로 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선거를 치르는 중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