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환난 중에 우리는 소망한다 /조광현

새로운 질병 잦은 출현, 의학 기술로 잘 대처해 범세계적 방역체계 구축

유사시 신속 가동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8 19:07:2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접한 교회와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COVID-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면회 전면 금지’ 조치를 실시한 지 두 달째다.

방문객으로 북적대던 병원에 적막감이 감돈다. 스스로는 밥을 먹기 어려워 종종 자녀들이 수발을 들었던 할머니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직원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없다. 파킨슨 환자 B 노인은 가족이 면회 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재활치료를 거부한다. 환자들의 격리감, 우울증이 한껏 증폭된다. 직원들 얼굴에도 웃음기가 사라지고 구겨진 마스크만 크게 클로즈업된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거나 의심증상이 있어 자가 격리됐던 직원도 10명이 넘었다.

대학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온 환자가 있었다. 이분을 만나겠다고 어떤 청년이 면회신청을 했다. 평소라면 무사통과지만, 코호트격리 수준으로 관리되는 중환자실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하자, 할머니를 꼭 봐야 한다고 떼를 쓰기에 할 수 없이 데리고 들어갔다. 청년은 의식이 혼미한 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다음 날 이 할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그만 사망하고 말았다. 전날 사랑하는 손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셈이다. 코로나19 탓에 청년을 그냥 돌려보냈다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현대 의학의 발전은 눈부시다. 많은 질병이 극복되고 평균수명이 늘었다. 하지만 때때로 새로운 질병이 출현하여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20세기에도 의학사에 남을 질병이 수시로 출몰했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으로 지구촌 인구 4000만 명이 사망했다. 1957년 아시아독감으로 200만 명, 1968년 홍콩독감으로 80만 명이 사망했다. 1976년의 에볼라바이러스, 1980년의 에이즈 등은 동 시대의 의료를 비웃으며 홀연히 등장해 인류에 큰 재앙을 퍼부었다.

21세기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2003년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두려움이 생생한데, 채 5년도 안 된 지난해 말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돌연변이)에 의한 괴질이다.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의 원인이 처음 코로나바이러스로 밝혀졌을 때 의외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고 사람에게는 얌전했던 바이러스가 갑작스레 난폭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통해 인수(人獸) 공통질환으로 변모한 탓으로 본다. 이는 인간의 무차별적 야생동물 침습에 대한 자연의 경고인지 모른다.

이번에 우리나라는 초기 대응이 미흡했거나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전 국민건강보험을 실시하는 나라. 질 높은 의료 수준과 시설, 편리한 접근성 등으로 의료시혜 우수 국가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다. 그런데 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수시로 엇박자를 냈다. 다행히 민간 바이오기업과 의료계의 활약은 타국의 모범이 됐다. 지난 2월 초 이 질환의 ‘유전자 증폭검사(PCR) 키트’가 우리 기술로 개발돼 신속한 대량 검사가 가능했다.

이 검사는 검체에 시약을 떨어뜨려 신종코로나에 특이적인 유전자가 일정 수준 이상 증폭되면 양성 판정을 내리는 방법이다. 3월 말 기준 40만여 건을 실시해 세계가 놀랄 정도로 투명한 정보가 신속히 보도됐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위기에서도 번뜩이는 한국인의 창의성과 대처 능력을 보여준다고 외신들도 칭찬했다. ①신속한 진단 ②조기치료 ③접촉자 격리 ④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⑤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범세계적 규범이 됐다. 큰 고통을 겪는 대구 경북 지역민을 위한 온 국민의 관심과 후원, 특히 자기 목숨을 담보하여 치료하는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정신은 오래오래 회자될, 가슴 저려오는 감동이다.

머잖아 이 사태도 마무리되겠지만, 인류는 질병 역사의 중후한 교훈을 결코 잊으면 안 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악질 바이러스와 슈퍼박테리아가 수시로 출몰해 그때마다 호모 사피엔스는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변형 바이러스는 모든 국가의 공통 적군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 입장을 내세워 편협한 대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유기적인 범세계적 방역체계가 확립되어 필요시 신속히 가동돼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환난 중에 우리는 소망한다.

이미 세계는 우리 국민의 코로나19 대처 능력에 감탄해주었지만, 향후 우리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더욱 확실한 방역시스템과 매뉴얼을 구축해 명실공히 세계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다시 병실로 돌아서며 떠오르는 시구(詩句)가 있다. “기다리지 않아도 / 기다림을 잊어버렸을 때도 너는 온다.”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 환자들과 이들을 돌보느라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성부의 ‘봄’이다.

수필가·의사·온천사랑의요양병원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아파트값 바다라인 ‘해·수·남(해운대·수영·남구)’이 뛴다
  2. 2전국 838개 학교 등교 연기…학부모 “불안해서 어쩌나”
  3. 3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임명 유력…민주당 부산시장 보선 구도 변화
  4. 4쿠팡발 확진 82명…작업장·모자·신발서도 코로나 나왔다
  5. 5“왜 마스크 안 써” 곳곳서 마찰, 폭행까지
  6. 6다 지어놓은 임랑 ‘박태준기념관’, 개장은 어느 세월에
  7. 7구포 가축시장 철거 보상두고 전·현직 상인회장 쌍방고소전
  8. 8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9. 9“부산 해양산업 미래, 4차 산업혁명에 답있다”
  10. 10여직원 성희롱 부산교통공사 간부 강등
  1. 1"포스트 코로나 대비 신남방정책 방향 함께 모색해야"
  2. 2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 “북항 D3 건축허가 취소”···대규모 항의 집회 개최
  3. 3한국군 군사기밀 노린 해킹 시도 급증…지난해 9500여 회 침해 시도
  4. 4서구 송도해수욕장 명물 ‘송도용궁구름다리’ 복원
  5. 5문 대통령-양당 원내대표 회동…예정시간 훌쩍 넘겨 총 156분간
  6. 6부산진구, 지역사회 통합돌봄창구 본격 운영
  7. 7문재인 대통령 “국회 제때 열려 법안 처리되면 업어 드리겠다”
  8. 8코이카-굿네이버스 부울경본부, 지역 ODA사업 업무협약 체결
  9. 9여당 부산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내달 29일 선출
  10. 10부산시의회 “공공의료 비중 최하위권”…국가 지원 촉구
  1. 1해양수산부- ‘해양오염 주범’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2025년까지 제로화
  2. 2부산광역시- 부산 발전 50년 앞당길 ‘2030 월드엑스포’ 유치 활동 본궤도
  3. 3수협중앙회- 수산식품 가공·공급 시스템 개편…어민 부가가치 향상에 방점
  4. 4“친환경 선박기술, 자율운항선에 접목시켜 경쟁력 높여가야”
  5. 5자동차부품업계 5000억 특별보증…PK 주력산업 숨통 트이나
  6. 6정부 ‘포스트 코로나’ 지속 가능한 해양수산 생태계 만든다
  7. 7한국해양대학교- 온라인 학습·원격 취업 지원…비대면 해양특성화 교육의 메카
  8. 8부경대학교- 수산·보건의료·인문학 융복합연구…해양과학의 요람 힘찬 항해
  9. 9“선박관리회사 대형화 ·전문가 육성 땐 양질의 일자리 쏟아진다”
  10. 10금융·증시 동향
  1. 1부산서 보름 만에 확진자 발생…방글라데시 입국 50대
  2. 2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79명…53일만에 최대
  3. 3해운대 고층 오피스텔 화재, 새벽에 주민 124명 긴급 대피해
  4. 4부산에도 마카롱택시 달린다... 부산개인택시조합과 업무협약
  5. 5부산경찰청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구속영장 신청...강제추행 혐의
  6. 6음주운전하다 가드레일 ‘쾅’ … 30대 검거
  7. 7부산교통공사, 직원 성희롱한 간부 강등 징계
  8. 8부산·경남 레미콘 노사 협상 타결…운송비 인상 합의
  9. 9수도권 공공시설 2주간 폐쇄 “학생들 등교 수업 예정대로 진행”
  10. 10檢, 오거돈 전 시장 사전 구속영장 청구...영장실질심사 다음달 1일
  1. 1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승헌 지난 25일 퇴원
  2. 2부산 아이파크, 30일 마수걸이 승리 사냥 나선다
  3. 3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4. 4부산시축구협회장배 동호인 대회 31일 개최
  5. 54사구 남발에 수비 집중력 부족... 롯데, 졸전 끝에 대패
  6. 6‘15년 롯데맨’ 배장호 은퇴
  7. 7불펜 수난 시대라 더 빛나는 거인 ‘철벽 삼총사’
  8. 8‘교체투입’ 백승호 분데스리가 2부서 첫 도움…소속팀 3-1 승리
  9. 928일 채리티오픈 개막…국내파 vs 해외파 2주 만의 재대결
  10. 10수비율 꼴찌(2019 시즌)서 1위로 뛴 롯데, 일등공신은 마차도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재난의 비선형성, 미디어 그리고 감정 /임인재
기자수첩 [전체보기]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동학개미’ 2030의 절박한 초상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온라인 영화제
‘문의 남자’ 귀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부산 해양산업, 4차 산업혁명 대비 지적 새겨들어야
양산 수돗물서도 다이옥산…정수시스템 문제 없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 모두에 경고장 보낸 부산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