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찾는 시간 /박희숙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9 18:47:0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경남 진해 군항제나 서울 윤중로 벚꽃 같은 유명 벚꽃 거리가 아니더라도 동네 길가에 늘어선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짧은 봄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은 하늘로 치솟지만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라 외출하기가 여의치 않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리라.

이 시국에 친구들에게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듣는 사람이나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밥 먹는 것도 불안하다. 반찬을 권해야 하나 아니면 밥을 먹으면서 말을 하지 말아야 하나…. 짧은 식사 시간에도 수많은 생각이 스친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맛도 모를 지경이라 빨리 시간이 갔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싫어서 일 거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을 보기 위해 가까운 공원이나 둘레길을 걷는 것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는 하나 곁에 사람이 오는 것이 싫다. 서로 가벼운 인사 정도하고 지나쳤던 사람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로 외면을 하거나 눈인사만 한다. 답답해서 마스크를 벗자니 그것 또한 마음이 편치 않다. 다른 사람이 피해보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이래저래 바깥 출입이 불편해 집 안에만 머문 지 오래다. 살면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홀로 있어본 적이 없다.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등산을 가거나, 바캉스를 가도 혼자 있어 본 적이 없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늘 친구나 지인과 함께 있었다. 그래도 혼자 있었던 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파서 집 안에 머물고 있었을 때뿐이다.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홀로 이 세상을 견디지 않도록, 그들이 나에게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더욱더 지인들을 만나고자 했다. 학창시절에도 전화 한 통이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밥 한 번 먹자 하면 같이 밥 먹을 사람도 많았다. 나의 희로애락을 함께할 사람이 있었기에 그 비루한 현실의 수많은 시간을 견디어 냈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친구나 지인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다.

그렇기에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혹시 사회와 친구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홀로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압도한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건설적인 것은 더욱 더 좋고. 그것에 즐거움이 따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문제는 비자발적으로 긴 시간 동안 오로지 홀로 보낸 경험이 없다 보니 혼자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나 지인의 SNS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타인의 일상을 통해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겠다는 답을 얻을 것 같아서다. 지인의 SNS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나와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더 우울해졌다. 친구는, 지인은 혼자 있으면서도 알차게 보내는데 나는 왜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은 혼자 있어도 행복한데 나는 무료하기만 할까? 결국 끊임없이 타인에게 신경 쓰는 나를 발견하곤 타인의 SNS를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가 강박관념이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시간에 나에게 집중해 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만히 더듬어 생각해 본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또 그냥 멍 때리고 앉아 있어도 좋고, 노래를 못해도 소리 높여 불러도 창피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못하는 일을 할 때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사회적 거리두기는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찾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서양화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7. 7‘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8. 8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9. 9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0. 10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8. 8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9. 9野 유용원 “21사단 北 철책선 MDL 남쪽 지역 설치…MDL 침범 광범위”
  10. 10국민권익위, 울산 광역 및 기초의회 위반 사항 무더기 지적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3. 3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6. 6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7. 7‘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8. 8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9. 9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10. 10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배지의 실력행사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표권 알박기
민원인(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AI 해킹에 노출된 금융권 보안체계 재점검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