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코로나 전쟁’과 그 이후 /유일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15 21:38:3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참 기묘한 세계대전이다. 거의 모든 국가가 참전해 맞서 싸우는데도 3개월 정도에 200만 명이 쓰러지고 12만 명이 전사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나고 사상자가 얼마나 늘지 가늠하기 힘들다. 초반의 이런 어이없는 패배로 모두 당혹해한다.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전쟁이 다른 수단에 의해 수행되는 정치의 연장”이라면, 적이 분명해야 하고 포연이 자욱해야 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왜 시작했는지도 몰라 적의 실체가 모호하다.

적의 작전 수행능력만은 놀랍도록 ‘탁월’하다. 인간 몸속에 은밀히 침투하고 뛰어난 전파력을 가동해 부모 형제와 이웃을 공포의 대상으로, 신을 방패 삼아 자신에게 저항하려는 종교단체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세상 사람들을 ‘아시아인 혐오’로 자극하더니 결국 증오로 갈라놓고 폭력을 유발했다. 공포를 극대화해 사람 정신 줄을 놓게 한 다음, 사람들이 거짓뉴스를 만들고 언론을 통해 퍼뜨리게 하여 자신의 전략을 교묘히 은폐했다.

또한 중국과 한국 등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전쟁으로 인식하게 하여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정치지도자들을 오만과 방심에 빠지게 한 다음, 인류가 축적한 기술로 만들어진 운송수단을 활용해 이들의 영토를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비로소 실체를 감지한 세계 정치지도자들은 허둥대며 총력전을 선포하면서 대항에 나섰다. 적도 가만있지 않았다. 준비 없이 선포된 전쟁의 약점을 파고들어 인간 이기심을 작동시키고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며 선진국 정치지도자들의 허세와 무능함과 함께 제도적 허점을 노출시켰다. 미국과 중국 간 책임공방전, 미국 대통령과 WHO 사무총장 간 막말 퍼레이드, 일본의 한국 방어전략에 대한 흠집 내기, 마스크 등 ‘전쟁물자’에 대한 선진국 간 약탈적 징발 등이 공동의 적에 대한 국가 간 연합전선을 방해한다.

한국은 총선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승리를 위해 쏟아낸 정치가들의 말과 행동, 구태의연한 진영논리로 무장하여 진실을 거부하는 언론의 행태, 이 와중에 자신만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경총의 집단이기주의적 형태 등이 더해졌다. 그 결과 적전 분열이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국경이 폐쇄되고, 도시가 봉쇄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이름하에 이웃과 교류·협력이 차단되면서 우리는 집안에서 고립되어 간다. 우리가 좁은 공간에 유폐되니 교통수단이 멈춰 서고,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고, 교회와 사찰이 텅 비고, 예술문화 행사가 취소되고, 식당이 문을 닫고, 물류가 정지됐다. 노동자는 실업 공포에, 기업은 도산 위협에 불안해한다.

불안과 공포는 일상 소비활동을 더욱 위축시킨다. 이는 관련 산업 전후방 연관체계를 무너뜨린다. 투자가 줄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세계적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엄습한다. 이 전쟁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강제보다 자유로, 차별보다는 평등으로, 고립보다 개방으로, 폐쇄보다 교류로, 증오보다 사랑으로, 대립보다 상생으로 구축해온 인류 문명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긴 기간 고통스럽지만, 결국 인간이 승리할 것이다. 항시 우리 롤 모델이던 미국 유럽과 일본 등이, 또한 세계 전문가들이 우리 모델을 근간으로 이 전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평가하니 뿌듯하기까지 한다. 낯설지만 어느덧 이 전쟁 선두에서 한국이 지휘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전쟁이 한 번으로 끝날까? 또한 이전의 우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아니라고 답한다.

세계대전이 끝나면 세계는 반드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할 것이다. 일상에서, 생산과 소비 또는 경제 구조에서, 인적 물적 교류 방식 등 모든 부문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변화가 모여 우리 문명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새로운 변화 물결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왜 이런 전쟁이 발생했는가” 차분히 물어야 한다. 아예 새로운 사고체계를 찾는 논의를 시작해 신질서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진정한 위험은 승리에만 도취해, 타인의 칭찬에 매몰돼 이 전쟁의 진실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 도사리고 있다. 노혜경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세상 모든 근심을 우리가 다 감당할 순 없지만 병들어 서러운 마음만은 없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7. 7[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0. 10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7. 7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0일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