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는 단어는 참 묘하다. 위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위험한 고비나 시기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 현상만을 설명한 것이다. 위기(危機)라는 한자말을 풀이하면 위험하다는 뜻과 기회라는 뜻이 합쳐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위기는 고난을 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그렇다. 이로 인해 국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소비와 공급이 멈추면서 경제적 타격도 엄청났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에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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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코로나로 원격의료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전에도 논의가 있었지만, 사회가 소극적이었다. 특히 의학계의 반대가 컸다. 의료 부실의 염려와 환자가 큰 병원으로 쏠릴 것이 염려되어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사회가 원하든 원치 않든 원격의료 시대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의 가장 큰 수혜국이 한국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전 세계인은 자국의 의료시스템이 어떤지 그리고 그 품질이 얼마나 조악한지 똑똑히 보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품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른 나라들이 스스로 병원에 오는 사람들을 기초로 환자 수를 발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숨어 있는 환자까지 샅샅이 뒤져냈다. 치명률도 매우 낮았다. 영국이 13%인 반면 한국은 2% 초반 수준이다. 세계 주요 매체가 이것을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품질은 알음알음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었다. 그 결과로 한국 의료시스템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사람이 한국의 의료수준을 알게 됐다. 이것이 기회다. 전 세계 환자를 한국의 원격의료 시스템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차세대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다. 의료, 의약품, 의료장비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이 전 세계 최상급 리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현지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한국 의료진이 협력하고 환자정보를 받아 결과를 알려주는 방식이 보완된다면 한국은 세계의 건강을 책임지는 초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재택근무를 통해 새로운 업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동안 우리는 일은 직장에 가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여 살고 있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야 하는 경우는 어렵지만, 전문직이나 사무직의 경우는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관습적으로 직장에 가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는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일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이것을 이번 기회에 100% 활용해야 한다. 재택근무 시스템에 따른 혜택이 많아서다.
경력단절자의 근무를 가능하게 해준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직장에 가서 8시간 동안 갇힐 이유가 없다. 8시간 일하기나 4시간 일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경력단절자를 일터로 불러들일 수 있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다. 따라서 가용한 모든 인력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재택근무가 제격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규칙적 출근이 어려운 사람은 직장을 나와야 했다. 이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재택근무다. 또 다른 혜택이 있다. 상업적 건물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다.
기업은 큰 건물을 짓거나 빌리고도 얼마 되지 않아 또 건물을 짓거나 빌리는 일을 반복한다. 사람을 불러 모아 일하는 방식의 폐단 때문이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사무실 공간이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 집이 사무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유경제기업이 빈집이나 주차된 차들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듯 기업도 직장인의 집을 사무실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무공간이 분산돼 엄청나게 많은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다. 빌딩을 사거나 빌려야 하는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에도 유리하다.
세 번째 기회는 새로운 서비스 형태의 등장이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은 드라이브 스루라는 희한한 의료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일일이 병원에 가서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를 아는 방식에서 차를 이용해 의료서비스를 간단히 받는 방식이다. 이 방법에 전 세계가 환호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방법이 또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 드라이브 스루 판매다. 과일류나 채소류 등은 물론 횟감도 그렇게 판다. 이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주문해 배달받는 서비스가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가게가 필요 없어 판매장소 유지에 드는 고정비는 줄일 수 있지만, 엄청난 배달망을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라서다. 여기에는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 이로 인해 배달기업은 엄청난 적자에 허덕인다. 일설에 따르면, 아마존이 이런 틈새를 파고들 것이라고 한다. 아마존의 자본력은 한국 기업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대안적 소비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드라이브 스루형 판매다. 이 방식에 사실 한국인은 익숙하다. 시골길을 차로 가다 보면 포도나 참외 등을 길가에서 파는 행상을 볼 수 있다. 차를 세워 이것을 사는 사람도 관찰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 판매의 원조다. 이것을 더욱 체계화할 수 있도록 코로나 사태가 도왔다. 이게 만만한 방식이 아니다. 밖에서 일을 보고 귀가하면서 주문한 과일이나 생선을 차 안에서 살 수 있는 방식이 퍼지면 한국은 유통 분야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몰려드는 차를 질서정연하게 유도하고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방법들이 고안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이 정착되면 인터넷이나 모바일 주문에 의한 배달산업 이외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 또한 고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한국 서비스 산업의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라는 위기가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