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코로나’가 보여준 진실 /한성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20 19:30:56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경제학자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고 의아해할지 모르나, 경제학은 철학적 질문에서 시작된다. 철학 없이 경제학은 존재할 수 없다. 경제학이 묻는 여러 철학적 질문 중 하나만 골라보자.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이 질문은 경제학에서 인간의 도덕적 본성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곧,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당혹스럽게 들릴지 모르나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런 인문학적 질문에 대해 같은 대답을 공유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며 악하다고 믿는 경제학자들을 ‘신고전주의경제학’,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경제학자들을 ‘제도경제학’이라고 부른다. 인문학이 경제학을 가른 셈이다.

신고전주의경제학은 우리나라 모든 대학 강의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독자들께서 대학에서 경제학원론을 수강한다면 거의 백프로 이 경제학을 배운다. 그리고 이 경제학은 보수 신문과 모든 경제신문의 이론적 기초로 되었다. 우리 사회의 주류적 시각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신고전주의경제학을 ‘주류경제학’이라고도 한다. 주류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이타심과 도덕은 인간 본성과 맞지 않는다. 헌신 봉사 연대 정의는 신의 본질이요, 신의 전유물이다. 인간에게는 ‘위선’일 뿐이다. 신고전주의경제학 배후에 숨겨진 그들의 인문학이다.

그리고 경제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성장하고, 사회도 발전한다. 반면 이타심과 도덕은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고 사회 발전을 방해한다. 이타심과 도덕이 정결하게 세척된 결과 ‘순수한 시장’으로 남겨지면 시장은 자동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면 전체 사회도 정상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에 대한 개입을 멈추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세상은 ‘시장’을 통해 구원될 뿐이다! 이기적 본성, 규제 없는 자유시장, 작은 정부! 이 세 가지는 이미 우리 사회의 ‘문화’로 뿌리 내려 우리 사고와 행동을 강력히 지배한다.

주류경제학의 인문학이 이 땅의 문화로 정착되자 이승만과 박정희의 출세 지향 매국행위가 단죄되지 않고 오히려 ‘성공의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벤치마킹됐다. 이타심과 연대 그리고 정의는 한국인의 사고목록에서 지워져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인문학과 경제학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전제에 불과한지 드러내주었다. 지난 2월 대구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그러자 공중보건의, 간호장교를 비롯한 의료진과 구급대원, 자원봉사자가 전국에서 위기의 대구를 지키기 위해 달려왔다. 우리는 월급 더 주지 않는데도 온몸을 불살라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부족한 마스크를 더 만들어야 한다며 공장에서 공짜 노동하는 지역주민들도 보았다. 더 긴급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마스크 안 사기 운동 벌이는 시민도 많았다. 어떤 호텔 주인은 숙소를 못 구한 의료진을 위해 객실을 통째 내주었다.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수많은 시민이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 영세상인에게 긴급재난자금을 지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어낸 소설이 아니다. 이 땅의 실제상황이다. 어떤 페이스북 친구가 재밌게 묘사한 것처럼 대한민국 보통 시민에겐 국난 극복이 취미요, 자원봉사가 특기다!

정부 역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출입국자들을 ‘적절하게’ 관리해 외부 감염원을 차단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나아가 내부 확산을 억제하고자 사회적 거리두기도 강화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세계적 역병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해낼 수 있었다. 한국은 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한 몸에 안고 있다. 시민의 훌륭한 덕성과 정부의 민주적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사악한 만큼 이타적이고 도덕적이기도 하다. 실망 못지않게 희망도 준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보여준 진실이다. 이제 인간의 위대함을 조롱하는 동시에 정부를 혐오하면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버리는 주류경제학의 인문학을 버릴 때가 됐다. 케인스경제학과 제도경제학 등 비주류경제학은 이들의 인문학을 부정하면서 경제학을 시작한다.

영산대 교수·경제학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9. 9부산 1000억 문화펀드 조성…퐁피두·라스칼라는 이달 결론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4. 4[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7. 7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8. 8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8. 8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패권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지휘부도 인력도 없이 졸속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정부, 지뢰 도발에 단호하고 강력한 상응조치 취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