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결과는 예상 밖이라는 말로도 모자란다.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여당도 야당도, 한마디로 어안이 벙벙했을 법하다. 민심이 무섭다는 공포감마저 들 지경이다. 하긴 어느 선거치고 민심이 그렇지 않은 적이 있었겠나. 하지만 유례없는 거대 여당과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야당 모습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이가 적지 않을 듯하다. 아무튼 이런 엄청난 결과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뒤따른다. 일각에선 180석이라는 슈퍼 여당의 탄생도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주류세력이 교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결국 보수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는 말할 것도 없이 여당 압승과 제1 야당의 참패로 요약된다. 그러나 굳이 방점을 더 두자면 후자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여당이 잘해서 표를 몰아 준 것이라기보다는 야당이 너무 한심해 응징한 결과라는 이야기다. 미래통합당 또한 이를 인정하고 곳곳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앞선 세 번의 선거 패배 때도 그랬다. 반성이 쇄신으로 이어지기는커녕 더 과거로 회귀했다. 이번에도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있지만 PK와 TK 등 영남지역에서의 선전에 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4·15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지역주의가 부활한 듯한 모습이다. 민주당이 싹쓸이한 호남과 통합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영남의 투표 결과를 보면 충분히 그런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던 부산 표심이 다시 과거의 지역주의로 돌아간 듯한 양상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지난 총선과 재선거에서 얻었던 6개 의석 중 절반을 다시 통합당에 내줬으니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부산의 패배가 지역주의 벽 때문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그렇게 단순히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지역주의 벽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 해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을 보면 지역주의로 회귀했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부산 18개 지역구 중 2곳(해운대갑, 사하을)을 제외한 나머지 16곳의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모두 40%를 넘었다. 20대 총선 때 10개 지역구에서 20~3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비록 많은 후보가 패하긴 했지만 통합당 후보와의 표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지역구 전체 민주당의 평균 득표율 또한 44%로, 5석을 얻었던 20대 총선 득표율 38%보다 오히려 높았다. 박빙지가 많아 석패했을 뿐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부산 표심은 여야 모두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권이 싹쓸이 하다시피 했던 완전한 과거로의 회귀도, 민주당에 힘을 다시 실어준 것도 아닌 균형점을 택한 것이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우선 6석에 이르는 민주당 지역 의원들의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슈퍼 여당 탄생을 우려한 견제 심리가 막판에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앞선 세 차례의 선거에서 민주당 정권을 밀어줬음에도 지역의 경제는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 등 굵직굵직한 공약 이행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한 번 더 밀어주기엔 미덥지 않은 구석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3석이라도 얻은 것은 예전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따끔한 채찍질인 셈이다.
통합당이라고 다를 바 없다. 적어도 부산이 더는 통합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주의 회귀에 기대를 건다면 큰 오산이다. 특히 수도권 표심에서 보듯, 부산도 점차 보수 퇴조의 길을 가는 양상이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연령별 비율이 가장 높은 50대 표심의 향배였다. 전통적으로 50대는 보수세가 강했다. 그러나 대체로 진보적 색채인 386세대가 50대로 접어든 이후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이번에 수도권에서 여당으로 기운 50대의 표심이 그 증거다. 부산에서도 통합당 승리에도 불구하고 한층 높아진 민주당 득표율을 보면 진보 성향 50대의 표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런 표심의 경고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지역의 통합당도 몰락한 수도권의 뒤를 밟을지 모른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부산의 민심은 양당 어느 곳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의석수 차이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 때문인지 선거가 끝난 뒤 지역의 양당은 고개를 한껏 숙였다. 다만 그 진정성 여부는 4년 뒤 다시 판가름 날 것이다. 늘 변하는 민심을 탓할 게 아니라 왜 민심이 변하는지에 천착할 일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