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은데 어떤 곡부터 들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알려 달라는 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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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소 알비노니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앨범. |
필자는 학창 시절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학교 방송실에서 들려주던 ‘소녀의 기도’ ‘엘리제를 위하여’ ‘즉흥환상곡’ ‘타이스 명상곡’을 비롯해 그때 들었던 주옥 같은 곡이 지금까지 음악을 좋아하게 된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청춘 시절엔 감미롭고 로멘틱한 팝음악에 빠졌고, 때로 영화음악이 좋아 101 스트링스, 폴모리아, 만토바니, 퍼시 페이스, 프랑크 포셀, 까라벨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즐겨 듣기도 했다. 서울 하숙 생활 땐 르네상스, 필하모니, 아폴로 등 당시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클래식 음악 감상실에 파묻혀 책도 읽고 음악을 듣곤 했는데, 꼭 음악이 좋아서라기보다 아카데믹한 정서와 클래식한 분위기가 좋았다. 휴일이면 도시락까지 싸서 하루를 그곳에서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실로 우연히 찾아왔다. 1975년 어느 날 책을 구하려고 청계천 중고서점가를 찾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었고, 비를 피하려고 길 옆 어느 헌책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선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책방 구석 선반에 놓인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오르간 소리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토마소 알비노니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AR스피커와 낡은 진공관 앰프에서 흘러나왔던 그 음악은 최고의 설비를 갖춘 곳에서 듣는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그때 첫 인연을 맺은 토마소 알비노니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는 그 후 나의 클래식 앨범의 주요 레퍼토리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음반이 내 곁을 지나갔다.
그중 지금까지 즐겨 듣는 음반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클라우디오 시모네가 지휘하는 이 솔리스티 베네티의 연주 음반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웅장하고 심오한 반면 이 솔리스티 베네티의 연주는 바로크 특유의 우아함과 섬세함이 가슴에 와 닿고 저음부 하프시코드 소리가 일품이다.
음악은 이론이나 지식으로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모든 체험을 바탕으로 그 음악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학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의 세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 어느 곡부터 들어야 좋을까요?” “인연 닿는 대로 들으시면 됩니다.”
필하모니 대표·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