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가는 상황, 2000만 명 넘는 국민이 투표장에 나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이 또한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또 하나의 코로나 사태 극복 사례가 되고 있다니 뿌듯하기도 하다. 선거의 속살도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스물한 번째 총선. 진정한 선진형 선거를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런데 여전히 답답하고 안타까운 모습이 반복된다. 이번 선거는 그 후진적이고 구태의연한 장면을 새삼 확인하면서 처절한 교훈과 확고한 개혁·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낡고 뒤처진 것들을 버려야한다.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두 가지만 거론하자.
첫째, 비실용·과잉이념의 틀과 현실 왜곡을 버려야 한다. ‘좌파’ 운운. 심심하면 내뱉는 말이다. 일종의 전용 용어처럼. 이번 선거에서 ‘종북’같은 용어는 거의 사라져 다행이지만, 보통 이것과 연계해 상대를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악마나 괴물처럼 낙인찍고, 지지자를 더 말초적으로 자극한다. ‘좌파’ ‘우파’ 용어 자체가 낡은 과거 말이다. ‘보수’‘진보’의 경직된 이분법, 유치한 단순화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범위와 층위의 보수가 또 진보가 실재한다. 어디에도 규정받고 싶지 않은 ‘중도’의 진폭도 매우 넓다. 국민 개개인은 ‘보수’‘진보’ 틀에 획일적으로 묶여 있지 않다. 경제 복지 문화 교육 외교 등 모든 분야의 구체적 정책에 대해 인식·판단·행동한다.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생생한 현장의 문제에 조응한다.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움직이는 역동적 정체성을 가진다. 이것이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복합성,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 삶의 양식이다. 이런 사회적 감수성과 시대인식은 국민의 대변자가 되고자 하는 선출 공직자에게 기본적·필수적인 소양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후보로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첫 출발이다.
둘째, 국민 의사의 왜곡·훼손 선거 구조를 버려야 한다. 최악의 20대 국회라 하지 않는가. 큰 두 개 정당 간 극한 대결로 인한 낮은 국회 생산성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기본적 국민 의사를 바탕으로 제기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제3의 정치세력·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의 정치로 국회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것이다. 과거,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등 제3 세력·정당이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적은 의석을 가져감으로써 이런 기회를 살려보지도 못했다. 다양해지는 국민의 이해와 요구,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된 선거제도가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정당 지지율 만큼 의석을 가져가도록 하자는 것, 비례성 강화다.
이번 선거의 전국 정당 득표율이 정의당 9.6%, 국민의당 6.7%인데 실제 총의석수 비율은 각 2%(지역구 1석 포함 6석), 1%(3석)에 불과하다.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원래 취지는 왜곡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의당 13석, 국민의당 8석 정도까지 가능했다. 이뿐 아니다. 지역구 득표율은 전국이 민주당 49.9%, 통합당 41.5%인데 실제 지역구 의석 비율은 각 64.4%(163석), 33.2%(84석)이다. 부산의 지역구 득표율은 민주당 약 44%, 통합당 약 53%인데 의석 비율은 각 16.6%(3석), 83.3%(15석)다. 전국과 부산이 정반대다. 득표율과 실제 의석 비율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찍은 표가 휴지가 되어버리는 것. 대의민주주의에서 대리인을 보내는 제도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다.
이러니 두 큰 정당 간 1등만 하면 된다는 전쟁의 반복, 첨예한 갈등과 대결 일상화. 대화·타협·협의·합의의 협치와 연합정치 실종. 이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폐지 운운 할 게 아니라 위성정당을 방지하고 오히려 연동제를 확대·강화하는 개선이 절실하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질 높은 선진국형 정치 없이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1당으로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통합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명분·실리 모두에서. 오히려 안팎에서 요구가 빗발치는 혁신, 환골탈태의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4·15 총선,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마지막 전시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