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던 때가 있었던가. 이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았다. 모임도 자유로웠다. 마스크 없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가족·이웃과 건강처럼 평범하면서도 익숙한 것의 가치를 다시 상기시켰다. 그리고 개인이 지역사회는 물론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지각하게 했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수면 위로 떠 오른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만 좇는 소수도 있었던 반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돕고 나누고 배려하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위기극복 매뉴얼과 성숙한 국민의식은 빌 게이츠와 같은 세계적 인물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 정상과 국제기구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정부는 미국을 포함해 일부 국가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지원함으로써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공헌을 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그동안 극도로 존중받아 오던 이동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제한과 경제활동 위축으로 육체적·심리적 피로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회복 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 회복 탄력성이란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을 말한다. 마음의 근육과 같은 회복 탄력성을 일깨우면 고난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회복 탄력성은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취약계층이 포함된 아동 698명을 30년간 추적 조사한 심리학자 에미 워너가 명명한 것이다. 카우아이의 아동 대부분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들 가운데 3분의 2는 청소년·성인기에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지르며 가정과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반면 3분의 1은 비행기록이 없고 학습장애나 사회적응에 문제 없이 자랐다. 일부는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등 유능하고 자신만만하며 남을 보살 필 줄 아는 젊은이로 성장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로 성장한 아이들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상대적으로 회복 탄력성이 높았다고 한다. 또 높은 긍정성과 자기 통제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사랑해주는 어른이 한 명은 있었다는 공통점도 발견됐다. 필자는 워너 박사의 연구 결과에 공감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협력해 아동들을 정기 후원하고 있다. 아이들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데는 주변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복 탄력성은 ▷긍정성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 능력의 세 요인으로 구성된다. 긍정성이 강화되면 자기 조절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세상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때보다 감정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돼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긍정성은 유전적인 측면도 있지만 환경적 요인과 문화·교육이나 개인의 노력과 훈련으로 구축할 수 있는 자질이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여 닦고 수행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뇌를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에 들여야 하는 훈련과 습관도 있다. 첫째는 ‘감사하기’로 이는 마음에 들이는 좋은 습관이다. 두 번째는 ‘운동하기’로 이는 몸에 들이는 좋은 습관이다. 개인적으로 추가로 추천하는 방법은 ‘기여’다. 강점을 수행하고 감사하기를 훈련하며 기여와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한다면 아무리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이라도 3개월만 지나면 긍정적인 뇌로 바뀐다고 한다. ㈜경성리츠는 4년째 ‘365 건강기부 올 집’이라는 프로젝트를 개최하여 참가자들의 건강관리와 기부를 동시에 이끌어내 긍정성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유엔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이 수백만 명의 아동에게 잠재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개 가까운 나라가 휴교령을 내림으로써 15억 명의 아동과 청년이 피해를 본다고 한다. 학교 급식에 의존했던 143개국 3억6900만 명의 어린이가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당장 위기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더 두터운 마음 근육과 더 따스한 인류애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적 차원의 협력과 결속이 필요하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눔과 배려의 자세로 협력한다면 어려움도 곧 지나가 버릴 것이다. 바이러스를 이긴 인류의 회복 탄력성 또한 크게 강화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 나아가 인류의 연대와 결속이 마중물이 되어 핵문제·빈곤·기후변화와 물 부족 같은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경성리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