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시민을 불편해하면 배지 수명도 다한다 /박태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22 19:36:2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라는 영화 같은 감염병이 전 세계를 덮쳤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에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었고, 봄이 왔지만 오지 않은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난 중에도 정치의 시간은 흘렀고, 그렇게 난세의 인물을 자처한 300명의 새로운 동량이 등장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올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정치 태풍의 시기를 거친 당선인들의 소감은 한결같이 아래로 향했다.

누군가는 “초심! 열정! 사랑!”을 강조했고, 또 다른 당선인은 “섬기는 마음을 새기겠다”고 했다.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한 당선인도 있었고, “구민께 부끄럽지 않은 정치,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기도 했다. 오랜 세월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도 “이뻐서 잘나서 뽑아주신 것이 아닌 것을 잘 안다”고 고개를 숙였다.

짧게는 한 달여간, 길게는 1년 이상 오직 배지를 위해 수십 년 살아온 인생의 전부를 걸었고, 선택을 받았으니 어찌 시민에게 고맙지 않겠나. 그런데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수많은 당선인이 같은 길을 거쳐 갔고, 기시감 드는 시민에 대한 감사함으로 첫 국회 입성의 발을 디뎠다.

그렇게 같은 길을 거쳐 간 ‘올드 보이’들은 지금 일부는 소리소문 없이 잊혔고, 일부는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돼 있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그들의 당선인 시절 행보나 마음가짐은 지금의 당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의 곤란한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시민의 선택은 선거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향했다. 특정 진영의 30년 독점 체제에서도 배지의 주인은 선거 때마다 3분의 1 이상이 바뀌었고, 4년 전에는 아예 양 진영의 경쟁체제를 이루는 데까지 갔다.

“바꿔야 한다”는 부산시민의 생각은 이번에는 유독 더했다. 역시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국회의원 6명을 그대로 공천하고, ‘공천 분란이 있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그때 그 인물을 재등장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압승이라는 결과와는 달리 부산에서는 쓴 패배를 맛봤다. 20대 국회에서 활동하는 미래통합당 12명의 부산 의원 중 7명도 자의든 타의든 국회의사당을 떠나야 한다.

부산 시민이 유독 변화에 민감해서일까. 수많은 시민이 여전히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애틋함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총선의 시간이 끝난 지금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심판을 받은 인사들에 대한 사후 평가가 한창이다. “떨어질 만했다”는 감정적 의견도 있고, 내·외부를 향한 악다구니도 나온다. 다양한 패배의 원인이 쏟아지지만, 결국 민심과 멀어졌다는 진단으로 귀결된다. 심판 대상의 ‘변심’에 시민이 회초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다.

부산은 이제 어느 진영의 ‘텃밭’으로 보기 어렵다. 전국과는 다른 부산 선거의 결과를 놓고 지역주의로 돌아갔다거나, 특정 세력의 독주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해석은 피상적이다. 이번 총선 부산 18곳의 선거구중 16곳에서 10%포인트 격차 안팎의 승부가 펼쳐졌다. 범여와 범야의 정당 지지율 차이 역시 10%포인트가 채 되지 않는다. 5% 시민이 생각을 달리하면 결과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시민에게 감사한 마음, 섬기겠다는 다짐은 다음 달 말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옅어질 수 있다. 200가지가 넘는 특권에 익숙해지면 국민의 소리, 시민의 다른 생각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총선이 끝난 얼마 후 충남의 한 당선인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유권자와 언쟁을 벌였다. 유권자가 공개한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그는 유권자의 의견 제시에 “당신이 대통령 하시죠”라고 비아냥댔고, 급기야 “×자식이네. 유권자가 유권자다워야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시민을 향해 “유권자다워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왼쪽 옷깃에 달게 될 배지의 수명도 다한다. 부산 당선인들이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정치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5. 5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6. 6“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호감과 비호감 사이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내년 확장예산, 지방 성장동력 확보 마중물 돼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