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겹벚꽃이 핀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여성 한 분이 기자에게 일행과 함께 있는 사진 한 장 찍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엉겁결에 그분의 휴대전화를 받아들긴 했지만 속마음은 찝찝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장 많이 손으로 만진 물건을 맨손으로 만지는 불안감 탓이었다.
서둘러 몇 장을 찍고선 그 자리를 조금 벗어나 얼른 가방 속 손 소독제를 꺼냈다. 당장 그 휴대전화와 접촉한 내 손을 소독하고 싶었다. 코로나19 사태 후 타인과의 사소한 접촉이 공포스럽게까지 다가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전 지구적으로 퍼진 요즘, 가장 위험한 곳은 손이 됐다. 손을 쓰지 않는 일상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도구로서 기능뿐 아니라, 손은 타인과 접촉할 때도 대부분 가장 먼저 쓰인다. 나라별로 조금씩 인사법이 다르지만 악수는 광범위한 인사법이다. 내가 상대에게 위해를 가할 어떠한 도구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에서 왔다는 악수는 상호 간 신뢰 교환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11시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시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역사회의 후폭풍이나 정계 판도 변화 등은 이후에 생각할 일이고 피해자의 괴로움이 어떨까 하는데부터 생각이 미쳤다. 길에 지나던 사람끼리 어깨만 부딪혀도 상대의 사과가 없으면 얼마나 불쾌한데 이런 식의 신체접촉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고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하다. 게다가 그런 일을 벌인 사람이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라는 데 피해자의 괴로움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지만, 오 시장의 사퇴문에서 그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고 이것이 했으면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문장이다. “인정될 수 있음을”이라는 표현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말이다. 이후 문장에선 사죄하고 시장직에선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밝히는 말로는 그야말로 불필요하고 부적절하다.
시민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작은 접촉도 걱정하고 조심하는데 시장은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시를 혼란에 빠뜨렸다. 한심하다.
독자여론팀장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