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공무원으로서는 성공한 인물이다. 5급 행정고시를 거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오 전 시장은 안상영 전 부산시장 민선 두 번째 임기 때는 행정부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그런 그가 2018년 지방선거 4번의 도전 끝에 민선 7기 부산시장 자리를 꿰찼을 때 공무원 사회는 물론 지역사회의 기대감은 컸다. 정통 관료 출신이 민선시장이 된 만큼 스스로 꿰뚫고 있는 공조직의 장단점을 잘 활용해 활력 넘치는 시정을 펼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1일 제37대 부산광역시장으로 취임한 오 전 시장은 수많은 청사진을 내놨다. 그런데 뜬금없이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 논쟁 바람이 부산 관가에 불면서 화려했던 청사진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민선시대가 정착하면서 ‘어공-늘공 싸움’이야 늘 있어왔지만, 오 전 시장 취임 이후에는 유별났다. 당연히 지역사회와 경제계는 혼돈에 빠졌다.
오 전 시장 취임 때부터 정무라인에 지나치게 힘이 실린 이유를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공조직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터라 그 단점을 정무라인을 통해 뚫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시선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3번의 실패를 거쳐 어렵게 부산시장 자리에 오른 만큼 선거 과정의 역학 관계가 얽힌 비선조직의 권력이 전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했다는 시각이 더 많았다. 어느 쪽이든 모든 책임은 오 전 시장이 안아야 한다.
1년10개월이 채 안 되는 민선 7기 오 전 시장 체제는 ‘어공의 전성시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선 민선 부산시장의 비선조직은 임기 초반 잠시 반짝 나섰다가 막후 실세로 활동했는데, 오 전 시장의 ‘어공’들은 드러내고 실세 행세를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편이었다.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민간 이양 과정의 잡음을 시작으로 늘 ‘어공’의 논리가 먹혀 들었다. 시정의 정책과 행정 집행이 ‘어공’ 중심으로 움직인 탓이다. 오 전 시장의 임기 내내 부산시청의 공조직은 활기를 잃었던 게 사실이다.
오 전 시장은 “시민의 기대를 저버린 과오를 평생 짊어지고 살겠다”고 밝힌 뒤 자취를 감췄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편으로는 직업 공무원 중심의 ‘늘공’이 이번 같은 일과 맞닥뜨렸다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적어도 정치적인 인사 위주의 ‘어공’들과는 다른 형태였을 것으로 보인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