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유머가 와 닿는 희한한 세상이다. 앞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 시대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15일 총선에서 집권당이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당면한 상황은 정치 경제 외교 교육 의료 문화 어느 하나 만만치 않다.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현 정부 집권 이래 이념의 과잉 개입으로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상당한 난맥상이 드러났다. 특히 경제 분야는 엄청난 타격을 받아왔다. 죽느냐 사느냐의 심각한 문제다. 주당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 타임’ 일자리는 지난달에만 159만2000개 날아갔다. 생활·생존과 직결된 일자리가 말라간다. 청년은 피눈물을 흘린다. 서민은 눈물을 머금고 예금·적금·보험을 깬다. ‘김포공항 국제선 이용객 0’ ‘1분기 LNG 선박 수주 0’ 등 전대미문 0의 행진도 이어진다.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공무원 증원, 기업 규제 같은 반성장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젊은 날 이념에 젖었던 운동권이 이 정권 주류를 이룬다. 젊은 날 나라 앞날을 염려하고 독재정권과 투쟁하는 등 민주화에 이바지한 혁혁한 공로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세상과 사회 변화에 대응해, 의식이 전혀 변하지 않고 운동권 시절 의식이 화석화된 상태로는 안 된다. 이념 과잉·이념의 미망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 시대가 요청하는 진리를 깨닫고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한다. 운동권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선거 능력에 힘입어 권력을 취득·유지하는 데는 귀신이나 나라 경영에는 등신이라는 소리를 들어선 아니 된다.
우리는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한 경험·지혜가 있다. 위기는 ‘위험한 기회’라는 동양적인 지혜가 드러나는 표현이다. 경험과 지혜를 가진 분을 비롯해 여야를 막론하고 협력해 대응하고 극복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코로나 사태 극복 모범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일부 나타났지만, 상대 정당은 ‘쓰레기 정당’이니 하고 존재가치마저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출신으로 조국 사건 피고인인 한 당선인은 검찰·언론을 향해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복수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치적 힘을 분풀이 수단으로 써서 코로나 사태 극복만으로도 힘겨운 상황에 분열을 조장할까 염려된다.
미증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입법적 뒷받침이 필수고, 여야가 활동하는 장인 국회에서 협력이 절대적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정부와 협력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장기표 후보 같은 분이 국회에서 활동할 수 있기 바랐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징역 9년, 도피 생활 10여 년 청춘을 바쳤다. 하지만 다른 사람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분명한 의식이 있는 진정 이 사회 어른이다.
“사실 나는 데모할 수 있는 대학생이어서 특혜를 받았다. 나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대한민국은 벌써 망했다. 농사 안 짓고, 공장에서 일 안 하고, 기업도 안 하고 전부 다 데모만 했으면 나라 안 망했겠나. 사회는 다양한 부문에서 다양한 노력이 총화를 이뤄 발전한다.” “나는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대접도 많이 받았다.…당시 나를 취조한 수사관에 대해서도 ‘인간말종’ ‘독재자 후예’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인생이 뒤바뀌었으면 나도 국가 안보와 사회질서를 위해 일했을 것이다.” 장기표 후보가 운동권 경력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입장을 인정하는 정신은 여야는 물론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분들이 갖춰야 할 원숙한 정신이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 사회 그늘에서 더 큰 고통을 받는 분이 많다. 함께 살펴 배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너무 부족하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더 성숙한 분위기로 발전하기 바란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Whatever is, is right). 서로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기 생각만 옳다는 신념으로 오도되어선 안 된다. “나는 인정받는다. 나는 인정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승화하기 바란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