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감출 수 없는 진실이 최근 부산시 피해자실태 조사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살아가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사회적 경제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149명 중 77명(51.7%)이 형제복지원을 퇴소한 뒤 한 차례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6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른 전 국민 평생 자살 시도 비율 2.4%와 비교할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위한 진정한 치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국가 차원의 사과, 진상 규명, 피해자 지원 등이 차례로 언급된다. 실제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149명 전원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진상 규명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바랐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 답을 안다. 그럼 그대로 실행하자.
다만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을 하면서 절대 가볍지 않은 문제를 혹시나 그냥 지나칠까 봐 노파심이 든다. 우선 경찰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형제복지원을 도왔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경찰에 갔다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갔다’는 진술이 피해자 심층 면접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아직 형제복지원 수용 인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에 입건돼 형제복지원으로 얼마나 사람을 보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나 증언이 절실하다. 오늘날 인권을 부르짖는 경찰은 ‘그때는 국가가 시키면 다 그랬지’라는 변명 대신 관련 조사 협조와 함께 사죄해야 한다. 2018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피해자들에게 눈물의 사과를 하고 형제복지원 사건의 대법원판결이 잘못됐다면서 비상 상고했다. 경찰도 행동에 나설 때다.
이번 조사에서 ‘죽은 사람들을 그냥 묻었다’는 참혹한 증언이 나온다. 죽은 피해자는 말이 없다. 그렇지만 생존 피해자 이상 억울한 이들이다. 누군가는 애타게 귀환을 기다릴 수도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왜 죽였는지 그리고 왜 그냥 묻었는지 등이 철저하게 조사되고 규명돼야 한다. 실제 형제복지원 터에서 아파트 공사를 할 때 유골이 많이 나왔다고 증언한 사람도 있다. 또 형제복지원에서 나온 사체가 의대 해부학 실습용으로 매매됐다는 증언도 있다. 추적의 단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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