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1861~1865)에서 북부 연방군이 승리한 것은 무기 덕분이란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병기 부품을 표준화한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호환성 높은 소총을 개발함으로써 남부 연합군보다 무기의 기동성이 월등히 앞섰다는 이야기다. 과거 우리나라는 철도와 지하철의 전원이 서로 달라 호환성이 없었다. 그래서 둘을 연결할 때는 변환장치를 설치하느라 열차 1대에 수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전 세계를 이어주는 인터넷은 1957년 미 국방성이 주도한 연구전산망인 아르파넷(Arpanet)에서 비롯됐다. 핵전쟁이 터졌을 경우 도시 간 컴퓨터통신망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연구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과정에서 어느 컴퓨터나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1970년 만들어졌다. 이는 미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상업화가 급진전되었고, 결국에는 세계 통신분야에서 국제표준(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를 굳히게 되었다.
이런 사례는 기술·제품 표준화가 산업경쟁력의 핵심 기반이 되고, 경제적 낭비와 비효율을 없애준다는 걸 말해준다. 따라서 표준의 자리를 먼저 차지하면, 시장 선점과 막대한 이익을 얻게 마련이다. 그래서 1980, 90년대 산업표준화를 둘러싼 국가·기업 간 경쟁이 ‘표준전쟁’으로 불릴 만큼 가열되었다. 그 외에도 국제표준화는 경제 거래와 지식 교류 활성화, 국제적 분업, 후진국의 기술개발 등의 면에서 필수적 요소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K-방역모델’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반열에 오를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가 우리 모델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안할 계획을 그제 밝혔으니 말이다. 즉 검사·확진부터 역학·추적, 격리·치료까지 감염병 대응의 모든 절차와 기법 등을 체계화해 ISO에 국제표준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자동차·도보 이동형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도 포함된다.
우리만의 코로나19 진단기법은 이미 지난 2월 국제표준안 투표를 통과해 올 11월 국제표준 제정을 앞둔 상태다. 지난 23일에는 ISO의 아시아지역 사무소가 우리 당국과의 화상회의로 K-방역모델 관련 내용을 파악했다고 한다.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으나, 좋은 징조로 느껴진다. 우리 모델이 국제표준에 오르면,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 선점을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될 터다. 그도 그렇지만, 국제 사회의 방역 공유로 코로나19 사태를 조속히 극복하는 게 급선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