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그의 5분 /정상도

‘탐관오리’ 이어 성추행범…시정 리더십 민낯에 경악

분통터지며 고통스럽지만 기억하고 되풀이 말아야…시민 자존심이 부산 지킨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주 부산 시민은 시정 리더십의 민낯을 봤다. 검찰이 ‘탐관오리의 전형’이라고 칭한 전 경제부시장에 이어 스스로 성추행범임을 인정한 뒤 사퇴한 시장까지. 경악하는 이상으로 시민 자존심이 추락했다. 분통 터지며 고통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다. 이들의 재판과 수사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또 이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한다. ‘이럴 수 없다’는 경계의 징표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 소식에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시민이 많다. 검찰은 징역 5년과 뇌물 수수액인 4700여만 원을 추징금으로 구형하면서 ‘탐관오리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직무 관련자 여러 명에게서 금품을 받았고, 특히 청와대 감찰 이후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일하면서도 이전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유 전 부시장은 마지막까지 항변했다. “업무와 관련 없이 지인들과 정을 나눈 것”이라고.

그의 1심 선고는 내달 22일 내려질 예정이나 확정 판결까지 제법 긴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이다. 결과도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건 민초의 재물을 탐하는,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관리를 뜻하는 탐관오리(貪官汚吏)를 단죄한 역사의 기록이다.

팽형(烹刑)은 말 그대로 사람을 삶아 죽이는 무시무시한 형벌이다. 조선 시대엔 탐관오리를 단죄하는 명예형으로 바뀌었다.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장작불을 지피는 시늉을 한 뒤 탐관오리로 지목된 죄인을 그 가마솥에 넣었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내려놓는다. 가족들은 장례 절차에 따라 그 죄인의 장례를 지낸다. 그 죄인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그야말로 산송장이 되는 셈이다.

오 전 시장 추문은 더 고약하다.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이뤄진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성폭력·성희롱 전담팀 구성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성희롱이 민선 7기에서 뿌리 뽑아야 할 구태’라며 산하 기관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의식 교육 강화를 요구하던 그였다.

‘소가 웃을 일’이라며 5억 원짜리 소송을 제기했던 유사 의혹을 고려하면 낮은 성인지 감수성 탓에 저지른 일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업무시간에 집무실로 여직원을 불렀다는 점이다. 성추행이 권력 관계의 산물임이 다시 확인됐다.

‘그의 5분’은 1974년 부산시 행정사무관으로 시작한 50년가량 공직 생활에 먹칠을 했다. 30여년 만에 지방권력을 교체한 시민의 열망을 2년도 못 채우고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동북아 해양도시를 지향하는 350만 시민의 수장 역할도 엉클어졌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 적응과 신공항 등 미래성장 동력 창출 방안은 물론 당장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상황 대책이 그 예다.

사과와 사퇴가 끝이 아니다. 오 전 시장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떳떳하게 수사에 임하는 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그의 5분’이 피해자에겐 5시간 같았을지 모른다는 지적처럼. 휘발성이 큰 사안은 따로 있다. ‘그의 5분’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 인지 여부다.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었다. 게다가 유 전 부시장을 영입한 이도 오 전 시장이다. 유 전 부시장과 청와대 관련설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기됐다. 정치권이 이미 군불을 때고 있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강제추행이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 내려지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처럼 현행법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조선 시대 법률은 서릿발처럼 성범죄에 엄정했다. 성폭행범은 사형에 처했다. 성폭행 미수나 성추행·성희롱에 해당하는 경우엔 장형(杖刑), 곤장 80~100대에 유배형이 더해졌다. 중국 명나라 법과 유교를 근간으로 하는 조선의 정체성이 결합한 결과다.

두 사람의 추문에 조선의 사례를 더한 것은 부산 시민 자존심의 바탕이 그 시대 민초에 닿아 있는 까닭이다. 오늘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부산포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1592년 9월 1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5일이 ‘부산시민의 날’이다. 더 각별한 건 앞서 동래성이 함락당한 4월 15일인 내달 7일이다. 동래부사 송상현 공과 민초가 목숨을 바쳐 항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날 오전 송 공을 모신 송공단과, 송 공과 함께 순절한 민초가 잠든 임진동래의총에서 각각 추념 행사가 열린다. ‘부산민주운동사’(부산민주운동사편찬위원회)는 부산 시민의식의 뿌리를 여기서 찾고 있다.

이렇게 보면 ‘그의 5분’이 얼마나 큰 과오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시정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이렇게 엄중하다. 이런 추문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존심을 곧추세우는 건 다시 시민 몫으로 돌아왔다. 참 부산 시민 노릇 제대로 하기 힘들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미 애리조나서 60년 만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 상하원까지 다 장악
  2. 2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3. 3[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4. 4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5. 5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6. 6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7. 7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9. 9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10. 10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4. 4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5. 5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6. 6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7. 7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8. 8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9. 9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2. 2[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3. 3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4. 4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5. 5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6. 6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7. 7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8. 8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9. 9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10. 10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