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사회적 거리두기와 심리적 거리 /권재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28 19:53:35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코로나19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사회적 거리두기’다. 처음에는 별로 어감이 좋지 않았다. 공감 연대 등의 말과 달리 용어 자체에 ‘거리’라는 소외적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가까이하지 말라는 뜻이다. 친밀감이 배제된 용어다. 소외된 사람을 더 소외되게 할 수도 있다. 차단된다는 느낌도 든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불편함도 있다. 버스 도시철도 택시·서비스 시설·오락 시설 이용에 거리를 두어야 하니 당연한 얘기다.

필자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러 불편을 경험한다. 코로나 사태로 전국 법원이 사실상 한 달 정도 휴정기를 가졌다. 수사기관도 소환조사를 잠정 중단하거나 최소화했다. 법원이 휴정하고 수사기관 수사가 보류되니 사건 선임이 줄었다. 잠재적 의뢰인들은 변호사 사무실 방문을 미루고, 변호사 사무실도 상담 등을 줄였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확진자라도 나오면 당분간 사무실을 폐쇄해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변호사 생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의 정점을 지나자 법원 재판이 재개되고 수사기관도 소환조사를 시작했다. 필자도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하고 구속 피고인을 접견하려고 구치소를 방문했다. 법원에 들어갈 때 마스크를 쓰고 체온 측정을 받았다. 법정 안의 모든 관계자가 마스크를 썼다. 재판부, 당사자, 대리인, 검사, 변호인, 교도관, 방청객 모두 그러했다. 증인신문할 때 증인 표정은 중요하다.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대리인이나 변호인의 신문과정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증인도 마스크를 쓰고 증언했다. 표정을 읽을 수 없었고 때로 증언내용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불편했다. 구치소로 접견 가니 평소 이용하던 변호인 접견실은 폐쇄됐고 일반인 접견실에서 접견해야 했다.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일반인 접견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변호인의 불편함은 갇혀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의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서민은 더 큰 불편함을 생활 곳곳에서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경제적 불황까지 더해지니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된 지금이 역사적으로는 그렇게 ‘거리두기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생활이 보편화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류 역사 대부분에 걸쳐 지금보다 더 떨어져 살았고 더 불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가 지금 겪는 불편과 고통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만큼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나와 네가 고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잠정적·한시적 의미가 내포됐다. 계속 거리를 두라는 말이 아니다. 안전해 질 때까지 거리를 두라는 의미다. 영원히 지속될 수도 없다. 인간 본성에 반하기 때문이다. 불편하더라도 안전해질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자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생활에서 최소한의 거리를 두라는 의미이다.

그것은 물리적 거리두기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심리적 거리두기가 되면 안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과정에서 심리적 거리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해도 각자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 ‘메디칼럼’(지난 7일 자 21면)에서 이경미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이 소개한 각계각층의 응원과 지지 메시지는 그 노력의 일환이다.

TV에서 한 성악가가 입원 환자, 수고하는 의료진, 여러 이유로 격리된 사람들을 위해 건물 밖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을 봤다. 공연장에서 운집한 대중을 상대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뭉클했다. 소방관들이 연습한 춤을 선보이며 격리된 사람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는 장면도 그러했다. 그렇게 인류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더 가까워진 사회를 기다리며 당분간 잠시 거리를 둘 뿐이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4. 4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5. 5“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6. 6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8. 8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